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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쿠팡이 1조 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기습 발표했다. 아직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정부와 협의없이 단독 행보에 나선 것이다. 자체 조사 결과 발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사과문, 고객 보상안 등 일방적인 쿠팡의 ‘액션’이 잇달아 이어지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보상안마저 인당 5만원꼴이어서 사실상 ‘면피성’ 보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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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 내년 1월15일부터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대상은 지난달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이다. 탈퇴 고객도 포함이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2만원), 알럭스(2만원) 등 고객당 총 5만원 상당의 1회 사용이 가능한 네 가지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번 쿠팡 보상안 발표는 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민관합동조사단과 협의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쿠팡은 이번에도 단독으로 보상안을 내놨다. 지난 26일 쿠팡의 일방적인 자체 조사 결과 발표, 28일 김 의장의 사과문, 29일 보상안 등 일련의 조치들이 정부 협의 없이 이뤄지면서 정부를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를 띄게 됐다. 쿠팡이 선제적 보상안을 내세운 건 향후 배상 분쟁, 미국 내 집단 소송, 정부 과징금 산정 등에서 고려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사실상 가진 모든 카드를 청문회 전에 기습적으로 내놓고, 이후의 공을 정부에 내던진 셈”이라며 “미국 정부 등 여러 측면에서 고민이 큰 정부 입장에선 압박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상안 내용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래블(여행)·알럭스(명품) 등 활용도가 낮은 자사 서비스를 4만원이나 껴 넣는 대신, 실용성이 높은 쿠팡·쿠팡이츠는 1만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면피성이란 지적과 함께 쿠팡이 보상책마저도 자사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법리적 측면을 먼저 고려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명분을 만들고자 하는 게 쿠팡의 전략”이라며 “자체적으로 적극 대응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란 프레임을 짤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향후에도 독자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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