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워스터 찰스 슈왑(55) 최고경영자와 잭 보글(작고), 워런 버핏(95) 등 전설적 금융 전문가들은 현대 금융 시장의 가장 큰 위협으로 '투자의 도박화'를 지목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이 우상향하는 양의 합 게임인 투자와 하우스가 반드시 승리하도록 설계된 음의 합 게임인 도박 사이의 선명한 경계선을 강조한다.
기술의 진보는 금융의 민주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거대한 카지노를 금융투자라는 이름으로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2025년 현재 스마트폰 앱 하나로 수조 원 규모의 자본을 주식시장등에서 움직이는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투자자라고 부르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도박꾼의 경로를 걷고 있다.
찰스 슈왑의 릭 워스터 최고경영자는 이 현상을 매우 위태롭게 바라본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도박 앱 이용자 중 단 5% 미만이 입금액보다 많은 돈을 인출한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투자와 도박 사이에 선명한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릭 워스터는 월요일 밤의 미식축구 경기에 돈을 거는 행위가 주식과 채권에 장기 투자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문화를 경계하며,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를 창출하지만 도박은 부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슈왑은 3,690만 개의 계좌와 거의 10조 달러(약 1경 3,500조 원)에 달하는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세계 금융의 공룡이다. 그런 기업의 수장이 이토록 강경한 어조로 도박을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수학적 확률에 있다. 워스터는 찰스 슈왑 금융 연구소의 데이터를 인용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투자할 경우, 1년 보유 시 수익 확률은 75%지만 10년으로 늘리면 95% 이상으로 상승하고, 20년 보유 시 역사적으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100% 수익을 기록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반면 도박은 하우스 에지라고 불리는 수학적 우위 때문에 게임을 지속할수록 승률이 0%에 수렴한다.
찰스 슈왑 금융 연구소 S&P 500 지수 분석
수익을 낼 확률 시간이 지날수록 100% 수렴
| 보유 기간 | 수익 확률 (S&P 500) | 비고 |
| 1개월 | 62% | 단기 변동성 영향 큼 |
| 1년 | 75% | 시장의 흐름이 작용 시작 |
| 5년 | 89% | 기업 성장의 영향이 변동성을 압도 |
| 10년 | 95% | 역사적으로 손실 사례 극히 드묾 |
| 20년 | 100% | 역사적 데이터상 항상 수익 발생 |
과거 찰스 슈왑을 이끌었던 월트 베팅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용의 폭압을 경고했다. 그는 시장 수익률은 통제 불가능하지만, 수수료와 거래 비용은 투자자가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베팅거의 논리에 따르면, 잦은 매매와 높은 수수료는 투자를 도박으로 변질시키는 핵심 요소다. 이는 뱅가드 그룹의 창립자 잭 보글이 평생을 바쳐 설파한 저비용 인덱스 펀드 철학과 맞닿아 있다. 보글은 생전에 투자는 과정은 지루하지만 결과는 황홀해야 하며, 도박은 과정은 짜릿하지만 결과는 비참하다고 정의했다. 다만 그는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이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외칠 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 투자자의 주머니를 지키는 길이라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논란은 최근 미국의 예측 시장 플랫폼인 칼시(Kalshi)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사이의 법정 공방에서 정점에 달했다. 칼시는 미국 선거 결과를 두고 거래하는 계약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위원회는 이를 '선거 도박'으로 규정하며 금지했다. 이 문제는 법정으로 비화됐다. 마침내 2024년 말 워싱턴 연방법원의 지아 콥 판사는 위원회의 결정이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하며 칼시의 손을 들어줬다.
지아 콥 판사는 판결문에서 "게임(Gaming)이라는 용어가 단순한 내기나 도박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게임 행위를 의미한다"고 좁게 해석했다. 그녀는 주식 거래 역시 미래의 불확실한 사건에 돈을 거는 행위라는 점을 들며, 위원회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이벤트 계약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모순을 지적했다. 하지만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러한 예측 시장이 선거의 무결성을 해치고 자본 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든다며 즉각 항소했다.
워런 버핏 역시 현대 시장의 카지노화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버핏은 2023년 주주 서한에서 "오늘날의 시장 참여자들이 과거보다 더 똑똑해지지도, 감정적으로 안정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카지노가 이제 각자의 집 안으로 들어와 거주자들을 매일 유혹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버핏의 논리에서 주식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살아있는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는 것이다. 코카콜라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처럼 수십 년간 이익을 창출하는 위대한 기업을 보유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를 나누는 행위지만,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투자는 인내다"
찰리 멍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도박적인 투기 활동이 정당한 장기 투자와 뒤섞여 있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강력한 욕망이 사람들을 도박의 늪으로 밀어 넣는다고 분석하며,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이미 1930년대에 투자의 정의를 철저한 분석, 원금의 안전, 적정한 수익이라는 세 가지 조건으로 확립했다. 이 중 하나라도 누락되면 그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 혹은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행동경제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은 인간이 왜 이토록 도박의 유혹에 취약한지를 신경물질인 도파민으로 설명한다. 연구에 따르면 돈을 벌고 있는 투자자의 뇌 활동은 코카인이나 모르핀을 복용했을 때의 뇌 상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특히 결과가 불확실할 때 주어지는 가변적 보상은 뇌의 보상 회로를 강력하게 자극하며 중독을 유발한다. 단기 매매나 초단기 옵션 거래에 빠진 이들의 뇌는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 대신 쾌락을 쫓는 변연계가 주도권을 잡게 된다.
한국의 금융 전문가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역시 투기 조장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그는 아파트나 주거용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펀드를 만들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며, 금융회사가 지나치게 탐욕스러워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박현주 회장은 다수를 따라가는 투자는 편안할지는 몰라도 결코 큰 결실을 맺을 수 없으며, 기업의 성장을 믿고 파트너가 되는 진정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24년 동안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은 경영 철학의 핵심으로, 고객을 투기로 몰아넣지 않고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게 하는 것을 손꼽았다.
최근 유행하는' 0일 만기 옵션(0DTE)'이나 암호화폐 단기 거래는 투자의 탈을 쓴 전형적인 도박이다. 0일 만기 옵션이란 거래 당일 만기가 도래하는 초단기 옵션 상품이다. 이 옵션은 오늘 만기되므로 시간가치가 거의 없어 프리미엄이 저렴하고, 당일 시장 변동성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도박이나 다름없다.
투자 vs 도박: 릭 워스터의 경고
릭 워스터는 이러한 상품들이 경제적 위험을 회피하는 헤징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젊은 투자자들이 투자 앱을 열었을 때 자신의 자산 잔고보다 미식축구 경기 베팅 제안을 먼저 보게 되는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금융 서비스 업계가 고객의 장기적 부의 축적보다 거래 수수료라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고객을 도박판으로 유인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투자가 효과적인 이유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기업의 성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투자는 기업이라는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고 그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누는 생산적 활동이다. 반면 도박은 누군가의 손실이 나의 수익이 되는 제로섬 혹은 마이너스섬 게임에 불과하다. 잭 보글이 남긴 최후의 조언처럼, 건초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건초더미 자체인 인덱스 펀드를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다. 1만 달러(약 1,350만 원)를 연 8% 수익률로 50년간 투자할 때, 비용이 0%라면 45만 9,000달러(약 6억 2,000만 원)가 되지만 2%의 비용이 발생하면 17만 4,000달러(약 2억 3,500만 원)로 줄어든다. 이 무서운 비용의 차이가 바로 투자를 승리로 이끄느냐, 아니면 도박의 희생양으로 만드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된다.
자본 시장은 냉혹한 확률의 전쟁터다. 릭 워스터와 워런 버핏 같은 거장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투자의 정석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그것은 지루함을 견디고, 비용을 깎아내며, 기업의 가치를 믿고 기다리는 인내의 과정이다. 아드레날린의 유혹을 뿌리치고 릭 워스터가 말한 선명한 경계선 위에 서는 투자자만이, 카지노로 변질된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아 자본주의의 진정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로빈후드와 같은 플랫폼이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매매를 부추길 때, 투자자는 벤자민 그레이엄이 강조한 안전 마진을 떠올려야 한다. 주식은 게임이 아니며, 당신의 노후는 도박의 판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릭 워스터는 "브로콜리가 몸에 좋듯 채권과 인덱스 펀드라는 지루한 투자가 결국 당신의 자산을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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