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폴리뉴스 >는 12.3내란을 저지하고 'K-민주주의''국민주권'을 지켜낸 격동의 2025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올 한해를 장식한 < 7대 정치뉴스 >를 선정하여 그 사건과 의미를 되짚어보고 다가올 새해 2026년의 과제와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2025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지지하는 'MAGA' 세력에 힘입어 당선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의 실체를 보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주요 교역국들에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이 미국의 이익을 훼손했다며 다른 나라보다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또한, 동맹국들에게 이전보다 많은 수준의 방위비 부담을 요구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부담한 방위 역량에 무임승차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대선을 통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즉각 미국과 협상에 나섰고, 수개월간 진통끝에 지난 10월 경주 APEC을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및 안보 협상을 타결하는데 성공했다.
트럼프 "미국 황금시대 시작"…'미국 우선주의' 천명
동맹국에 관세 부과 및 국방비 증액 압박
트럼프 2기의 주요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며 "오늘부로 우리나라는 다시 번영하고 전 세계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고,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대대적인 관세 도입을 예고했는데 올해 1월 백악관 재입성 후 그 실행의 강도는 예상 범위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자동차와 철강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지난 4월 2일 '미국 해방의 날'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주요 교육 국가에 10%~46%의 상호관세를 부여했다.
'무역 불균형'을 명분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쇠퇴한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데 방점이 찍혔다. 미국에 투자하는 국가와 기업에 대해서는 관세를 줄이겠다며 대미 투자를 유도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는 더욱 가혹했다. 그간 미국으로부터 기록한 무역흑자를 '불공정'하다며 그에 상응하는 수천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요구했다.
안보 영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의 국방 지출 확대를 압박했다.
동맹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기존 인식을 재차 강조하며, 동맹국의 국방지출 증액과 역할 확대를 동맹 유지의 기본 조건처럼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하고 방위비도 GDP의 2% 수준으로 인상키로 했다.
유럽연합 역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며 6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하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로 올린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한국, 탄핵 정국에 리더십 공백
이재명 정부,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로 한미관계 전환, '마스가' 고리 관세·안보 협상 타결
APEC '신라왕관' 효과...팩트시트 타결, 핵잠 도입 성과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연합에 비해 협상이 쉽지 않았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리며 2개월 동안 정부 리더십이 공백상태였기 때문이다.
조기대선을 통해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즉각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섰지만, 내란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추락한 상황에서 맞은 '관세 압력'으로 외교적 압박감은 상당한 상황이었다.
한미간에 상호관세 협상은 지난 7월 30일 상호관세를 트럼프가 요구한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투자 방식 등 세부 협의가 남아 최종 협상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8월25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2달여만에 성사된 첫 한미정상회담은 '한미 관세협상'의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만치 않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X에 올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We can't have that and do business there)는 '돌출발언'으로 초비상이 걸렸다.
돌출사태 이후 성사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로 나서면 전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이른바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전략을 쓰며 분위기를 주도해가며 한미 양 정상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의 슬로건과 지지층인 'MAGA'를 타겟으로 한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돕기 위한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톡톡히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방식을 놓고 한미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선불' 지급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외환 시장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금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상업적 합리성'을 갖춰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석달 가까이 이어진 지난한 협상은 지난 10월 29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방식은 현금투자 2000억 달러와 마스가 프로젝트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 한율 안정을 위해 연간 투자액은 200억 한도로 하기로 했으며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APEC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 선물한 '신라 천마총 황금 왕관 모형'의 효과는 상당히 컸다. 세계인의 관심을 끌며 외교적 성과를 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도 관세협상을 이끌어낸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방비 증액(GDP 3.5%) 등을 약속하면서 우리의 오랜 숙원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길을 열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11월 14일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에 담겼다.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한미 협상 변곡점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민정책으로도 표출됐다. 국경 통제와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범죄율을 낮춰 치안을 확보하고 미국 국민들의 안전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문제는 강경 이민 정책이 국토안보부와 그 산하 이민 단속 당국의 '성과주의' 중심으로 집행되면서 여러 논란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8월25일 한미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치고 '마스가 프로젝트'의 첫 시작인 미국 필리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한미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는 와중에 한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포 구금 사태'는 한미 관계에 찬물을 뿌렸다.
지난 9월4일(미 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LG엔솔 소속 직원·협력사 인력 등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이 체포·구금되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필두로 국토안보수사국(HSI), 연방수사국(FBI) 등 연방·주 수사 당국이 대대적인 합동 단속을 단행해 현장에서 한국 국적자 317명을 포함해 총 475명이 체포됐다.
수백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쇠사슬에 묶여 호송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한국 사회는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군대를 동원하며 무력으로 이민자를 단속하는 것은 'MAGA'를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의한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때문에 미국 자국민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이유다. 조지아주 사태도 당시 중남미 불법이민자 4명을 찾기위해, 정식 비자 발급과 서울에서 월급을 받는 고숙련 전문인력인 한국 근로자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이로인해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사과는 물론 대미투자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자국에 투자 하려는 동맹국에 대한 배신, 구금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등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 근로자 구금자들은 1주일만인 9월12일 316명 전원 무사 귀국했지만, 아직도 한국근로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사태가 심각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약 한달 뒤 자신은 "조지아주 단속을 반대했다며 한국인 전문가들이 미국인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한국 정부는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국 측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그 결과 지난 10월 '한미 비자 워킹그룹'이 공식 출범했다. 양국은 회의에서 한국 기업 활동 수요에 맞춰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로 가능한 활동 범위를 명확히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 구금사태는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협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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