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의 참호가 디지털 칩과 고액권 지폐로 채워지고 있다.
2026년도 총지출 728.0조 원이라는 거대한 재정 설계도에서 국방 분야는 가장 단단하고도 비싼 축을 담당한다.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6년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65조 8,642억 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수준의 증액률이며, 국가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 대비 51.6%에 달하는 재정적 압박 속에서도 안보만큼은 타협할 수 없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국방 예산의 핵심은 두 가지 숫자로 요약된다. 하나는 병장 월급 205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를 위한 19조 9,653억 원의 방위력 개선비다. 하지만 이 거대한 숫자의 이면에는 초급 간부의 사기 저하와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205만 원의 병장, 사라진 신성한 의무의 가격
2026년은 한국 병영 역사에 기록될 해가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예산을 통해 병장 월급 205만 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병사 봉급 200만 원 보장을 3년 만에 이행한 것으로, 청년 세대의 헌신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을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다. 사회 진출 지원금인 내일준비적금 정부 지원금을 포함하면 병사들이 전역 시 손에 쥐는 목돈은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이 파격적인 인상은 군 조직 내부의 기묘한 역전 현상을 불러왔다. 병사의 월급이 하사나 소위 등 초급 간부의 초임 급여와 비슷해지거나 이를 추월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한 위원은 사병 월급이 하사관 초임 월급과 비슷해지면서 군 간부들의 사기가 무너지고 있다며, 사병만 군인이냐는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고 질타했다.
이러한 현장의 비명을 반영하여 국회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군 간부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안보다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당직 근무비는 평일 2만 원에서 3만 원으로, 휴일 4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일반직 공무원 수준까지 인상되었으며, 소령과 4급 군무원의 직책 수행 경비가 신설되었다.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국방위 회의에서 초급 간부들에 대한 복지 문제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근무 여건이 안정적이지 않고 이분들에 대한 뒷받침이 없으면 아무리 전력을 증강해도 장비가 제대로 구동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9조 원의 방패: 기술이 지배하는 전장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11.9% 증가한 19조 9,653억 원으로 확정되어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예산의 흐름은 명확하다. 인공지능과 드론, 그리고 독자적인 감시 자산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킬체인 전력에 5조 2,639억 원, 한국형 미사일 방어 전력에 1조 8,126억 원이 투입되며 북핵 대응 체계를 최우선으로 강화했다.
특히 이번 국회 합의 과정에서 주목받은 항목은 해병대 케이-2(K-2) 전차 도입 사업이다. 정부안에는 없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10억 원의 착수금이 신규 반영되며 해병대 케이-2 전차 시대의 문을 열었다. 또한 공중 작전 영역 확장을 위해 다목적 공중급유기 1대를 추가 확보하는 데 310억 원이 증액되었고, 정찰위성 임무 수행을 위한 운용센터 조기 구축에도 106억 원이 할당되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증명된 전장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들은 전쟁의 형태가 상당히 변화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드론이라든가 신무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 전력이 확대 반영되었으며, 외산 부품에 의존하던 소총탄 등의 국산화를 위한 예산 검토도 이루어졌다.
유보된 전략적 과제: 전시작전권과 미래의 빚
65조 원이 넘는 메가 예산은 튼튼한 안보라는 결실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 대비 4.0%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방비의 급격한 팽창은 다른 민생 예산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강력한 대응 능력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실제 전환 시점과 주도적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치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과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밝혔지만, 위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군이 작전 계획과 기획을 주도적으로 선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이 쏟아졌다. 이는 65조 원의 예산이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 국가적 자긍심과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임을 시사한다.
결국 2026년 국방 예산은 사람과 기술, 그리고 재정 건전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병장 월급 205만 원이 청년들의 상실감을 메울 수 있을지, 19.9조 원의 첨단 무기가 한반도의 긴장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이제 집행의 효율성에 달렸다.
65조원이 고철값될라
65조 8,642억 원이라는 국방 예산은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의 엄중함과 재정적 딜레마를 동시에 보여준다. 병사들에게 쥐여준 205만 원의 월급은 국민적 합의의 산물이지만, 그로 인해 불거진 간부 처우 문제는 군 조직의 허리를 흔들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과 드론으로 무장한 군대는 강력해 보이겠지만, 그 장비를 운용할 숙련된 인간이 사라진다면 65조 원은 한낱 고철값에 불과할 것이다. 안보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군의 사기와 전략적 영리함은 단순한 예산 증액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이다. 2026년의 국방은 이제 지갑의 두께가 아닌, 그 속의 철학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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