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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56분께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70대 주민 1명이 숨졌다.
숨진 A씨는 이 아파트에 20년 가까이 홀로 거주해온 주민으로 베트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매달 정부로부터 약 45만 원의 참전명예수당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세대 내부에는 쓰레기와 폐가전, 옷가지 등이 성인 남성 키 높이까지 쌓여 있었고 내부 공간은 사실상 주거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화재 당시 세대 안에 있던 쓰레기 더미 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A씨는 수년 전부터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생활하는 등 저장 강박 증세를 보여왔다. 외출 후 돌아올 때마다 비닐봉지에 각종 물건과 쓰레기를 담아 오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수년 전 한 차례 비용을 들여 세대 내부 쓰레기를 정리하고 도배와 장판을 교체한 적이 있지만 이후 다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A씨가 정리 요구를 거부하면서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구청과 동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해 정리를 권유했으나 당사자가 강하게 거부해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는 저장 강박 의심 가구에 대한 관리 공백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현행 제도상 지자체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에는 관련 조례가 마련돼 있지만 이번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에는 저장 강박 가구를 관리·지원하는 별도 제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시설 사각지대도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는 각 층마다 옥내소화전 1개씩만 설치돼 있을 뿐 화재를 감지해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이 아파트가 1996년 사용 승인을 받아 당시 법령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 이후 설치 기준이 강화됐지만 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노후 공동주택 상당수가 스프링클러 없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소방청이 지난 6월 공개한 ‘전국 노후 아파트 현황’에 따르면 준공 후 20년이 지난 전국 노후 아파트 9천894곳 가운데 4천460곳(45.1%)에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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