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가 해킹 방지를 소홀히 해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KT에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KT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위약금 면제 범위와 고객 보상안을 논의, 발표할 계획이다.
KT의 경우 정부의 전체 이용자 대상 위약금 면제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동통신시장은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타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보조금 등을 올릴 경우 KT 고객들은 금액적인 부담 없이 타 이동통신사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버 94대가 악성코드 103종에 감염돼 있었고 통화 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있었던 KT가 이용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실시 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KT 침해 사고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KT 보안 조치의 총체적인 미흡이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약관에 명시된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부합하며, 특히 평문의 문자, 음성 통화가 제삼자에게 새어나갈 위험성은 소액결제 피해를 본 일부 이용자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체 이용자에 해당한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조사단은 로펌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을 진행한 결과, 4곳에서 이번 침해 사고로 KT가 안전한 통신 서비스 제공이라는 계약의 주요 의무를 위반해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법적 판단을 전달했다.
과기정통부는 KT가 위약금 면제 조치를 SK텔레콤의 사례에 준해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고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7월 4일을 기준으로 열흘간 침해 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을 포함해 위약금 면제를 적용한 바 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면제 대상 소급 적용 범위 등에 대해 KT가 지난 SKT 사례처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적절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휴대폰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이 2024년 12월 40.6%에서 올해 10월 38.9%로 1.7%포인트 떨어졌고, KT(23.5%→23.7%)와 LG유플러스(19.2%→19.5%)는 소폭 올라갔다. 알뜰폰은 16.7%에서 17.9%로 1.2% 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점유율 40%가 넘었던 SK텔레콤이 30%대로 하락한 이유는 해킹 영향으로 신규 가입 정지에 이어 전체 가입자 위약금 면제를 시행해서다.
KT 해킹 이슈 동안 SK텔레콤은 KT 위약금 면제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KT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다시 가입자 유입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 점유율 40%대 회복이 주요한 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 해킹 이슈동안 2% 포인트 가까이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며 “SK텔레콤이 KT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가입자를 뺏을 확률이 높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알뜰폰을 겨냥해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회복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KT에게 SK텔레콤 때처럼 신규 가입 정지라는 행정 지도를 내리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류 차관은 “이번 KT 사태 때에서는 SK텔레콤 유심 교체와 관련된 그런 행정지도를 해야만 하는 그런 요소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규 가입 정지) 적용을 안 했다”며 “사업자 간의 어떤 처분의 경중이나 또 그런 것들 때문에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민관 합동 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고객 보상과 정보보안 혁신 방안이 확정 되는 대로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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