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대치에 빠지면서 민생 법안 처리가 사실상 멈춰 섰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맞서 민생 법안까지 묶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국민의힘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은 총 197건에 달한다. 법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 일부 쟁점 법안을 제외하면 상당수는 여야가 상임위 단계에서 합의한 비쟁점·민생 법안이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본회의 문턱에서 일괄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경기도권을 포함한 특정 지역을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전력망·용수 공급망 등 핵심 인프라를 국비로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야는 쟁점이던 ‘주 52시간 예외 적용’ 문제를 추후 논의하기로 정리하며 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3주째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재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위해 중앙합동재난피해자지원센터 설치 근거를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역시 표결만 남겨둔 채 계류 상태다. 연말 일몰을 앞둔 지방세 감면 연장안도 같은 처지다.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사회복지 서비스 유지를 위해 기한을 연장하기로 여야가 뜻을 모았지만, 정쟁 국면 속에서 상정 자체가 미뤄지고 있다.
임금체불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 건설사업 심의 절차를 효율화하는 주택법 개정안 등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모두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지만, ‘쟁점 법안과 함께 묶여 있다’는 이유로 대기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달 국회에서 7일간 본회의가 열렸지만, 처리된 법안은 6건에 그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민생 법안을 인질로 삼은 대치 구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쟁점 법안을 둘러싼 힘겨루기 속에서, 정작 합의된 법안들까지 줄줄이 발이 묶인 현실이 국회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