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의혹 등을 수사해 온 특별검사(특검)팀이 180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29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의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현대판 매관매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각종 인사와 공천에도 폭넓게 개입했다"며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무너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팀은 민 특검과 6명의 특별검사보를 비롯해 250여 명의 규모로 편성됐으며, 지난 7월 2일부터 이어온 수사를 통해 총 66명을 재판에 넘겼다.
김 여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알선수재), 정당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주가조작부터 금품수수까지...16가지 의혹
특검팀은 김 여사를 둘러싼 16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도이치모터스로 대표되는 주가조작 사건,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등과 관련한 금품수수, 여론조사 무상수수 의혹 등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공모자들과 함께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인 일을 뜻하며, 이 과정에서 김 여사 명의의 계좌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20년 4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전, 그가 검찰총장일 때부터 수사가 이뤄졌지만 사건 관계자들이 줄줄이 기소되는 와중에도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단 한 차례 이뤄졌다.
2024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의 계좌가 동원됐으나 그가 시세 조종을 인지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특검은 이번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통화 녹음 등을 토대로 공모자와의 연관성을 새로 밝혀 그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과거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관련해서는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히지 못하고 경찰로 사건을 넘기게 됐다.
김 여사의 '디올백 스캔들' 관련해서도 특검이 검찰의 기존 무혐의 판단을 뒤집었다.
디올백 스캔들이란 김 여사가 2022년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의 디올 가방을 선물 받으면서 불거진 불법 청탁 의혹을 뜻한다. 2024년 10월 검찰은 청탁도 없었고, 청탁금지법상 '공무원의 배우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보고 양측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이외에도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으로부터 통일교 정책 지원 청탁 명목으로 83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등을 받은 것으로 봤다. 또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반클리프아펠 목거리 등 1억원 상당의 고가 귀금속을,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인사 청탁 및 공천을 염두에 두고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등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외에도 김기현 의원으로부터 당대표 당선 답례로 받은 260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가방 등 총 금품수수 액수가 약 3억7700만원에 달한다고 봤다.
다만 특검은 김 여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서 그를 뇌물수수죄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는데, 이는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윤석열은 배우자의 이와 같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금품수수 사실이 있었음에도 특검 조사에서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쉽게 믿긴 어렵다"라면서도 "윤석열에 대한 조사 지연 등으로 현 단계에서는 그가 이를 알았다고 볼 직접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향후 경찰이 뇌물수수죄와 관련한 추가 수사를 이어받게 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전 부부가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판단, 이들을 정치자금법위반죄로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명 씨로부터 2억744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료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수사 결과에 의하면 김건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 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음에도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령상 '대통령 당선인'이 '공무원'으로 규정되지 않아 해당 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못했다며 "입법 논의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특검을 둘러싼 논란
김건희 특검은 수사 기간 동안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난 10월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 폐지가 확정되자 이에 반발해 민 특검에게 검찰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남은 기간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같은 달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수사를 받던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이 특검팀으로부터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강압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 특검은 과거 부장판사 시절 고교·대학 동기가 운영하는 태양광 관련 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을 분식회계로 상장폐지가 되기 전에 팔아 1억원 이상 수익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편파 수사' 논란으로 인해 특검도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지난 8월 민 특검팀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금품을 받았다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힘이 특검을 직무유기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논란으로 인해 수사 후반 동력이 떨어지면서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제공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등 굵직한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고 경찰로 사건을 넘기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특검, 김건희에 징역 15년 구형…김 여사 '억울한 점 많지만 죄송'
- 김건희, 영부인에서 구속되기까지…그간의 행보는?
- 특검, 김건희 구속...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 김건희 '디올 백'...과거 대통령 명품 선물과 다른 점은?
- '디올백' 스캔들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 BBC가 만난 윤석열의 친구, 측근, 정치 보좌관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