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소사역 KTX 정차 요구에 발목 잡는 국토부

[부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기 부천시와 국토교통부가 한국고속철도(KTX) 이음열차의 소사역 정차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소사역 정차를 위한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지만 국토부가 승강장 연장 방안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해서다. 부천시는 국토부가 KTX 이음열차 운행 확대를 위해 승강장 기준을 완화해놓고 과거 기준을 다시 제시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해선 소사역 승강장(맨 아래)과 KTX 이음열차(맨 위) 길이 비교 그림. 노란색으로 표시된 117.15m가 기관실 문에서 맨 마지막 승객 문까지의 거리이다. (자료 = 부천시 제공)

29일 국토부와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소사역 KTX 이음열차 정차를 위해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시행해 지난 9월 해당 결과를 국토부에 제출하며 소사역 정차를 건의했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시는 ‘1계획안’으로 소사역 서해선 승강장의 연장 없이 스크린도어(안전문)와 신호체계 교체로 KTX와 서해선 열차를 함께 정차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스크린도어는 서해선 출입문 위치에 맞춰져 있는데 이음열차 위치까지 포함토록 교체해 2개 열차 출입문과 함께 열고 닫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 1안이다. 이음열차는 서해선 홍성~대곡 구간을 공용한다. 내년 3월 개통 예정이지만 서화성~원시 구간 공사 문제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시는 2022년 개정된 ‘철도의 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음열차의 첫 번째 승객 출입문과 마지막 문까지의 길이(99.5m)가 서해선 승강장(125m)보다 짧은 것을 고려해 이음열차 정차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관실 문까지 포함한 길이도 117.1m로 승강장보다 짧다. 이 때문에 시는 스크린도어·신호체계만 교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면 사업비가 72억원이 들어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2.23으로 높게 나온다.

현재 규정상 승강장이 열차 양 끝 출입문 간의 거리보다 길고 기관사·여행객의 안전과 원활한 승하차에 지장이 없게 조치한 곳은 발주처 승인을 받아 승강장 연장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규정은 국토부가 이음열차 운행 확대를 위해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부천시 1계획안이 여행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승강장 연장 방안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규정 개정 취지에 맞지 않아 ‘행정 역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천시는 2계획안으로 이음열차 전체 길이(150.5m)를 고려해 서해선 승강장을 현재 125m에서 150m로 연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전기시설 이전 등의 작업을 필요로 해 사업비가 1안의 10배인 750억원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BC값도 1로 떨어진다.

국토부는 “이음열차는 사람이 운전하다보니 상황에 따라 정차 위치가 달라진다”며 “1안대로 하면 객차 문이 터널에 막힐 수 있다. 관련 사항을 협의 중이고 부천시 용역 결과는 국가철도공단에 타당성 의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천시는 “1안은 국토부 규정에 맞고 안전상 문제가 없다”며 “국토부를 설득해 소사역 정차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KTX 이음열차 노선도에 소사역을 포함한 것. (자료 = 부천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