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하겠다.”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내놓은 조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소비자위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소비자위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소비자 개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조정 신청인 58명에게 1인당 통신요금 5만원 할인과 제휴 업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티플러스포인트 5만 포인트를 지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사실상 소비자 피해 발생 사실이 인정된 것으로, SK텔레콤에 보상 책임이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SK텔레콤도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소비자위 권고는 고민스러운 지점이 많다.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소비자위에서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전체 보상 규모는 약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은 소비자위의 조정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관련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늦어도 내달 초에는 방침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판알을 다시 튕겨봐야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조정안의 추정 보상액은 올해 3분기 매출(3조9781억원)의 절반 이상(57.8%)을 차지한다.
문제는 SK텔레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2%, 영업이익은 무려 90.9% 감소했다. ‘고객 감사 패키지’와 해킹 사태 후속 조치가 재무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급감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가입자 이탈 등으로 사태 여파가 계속되는 만큼 향후 실적 하락폭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SK텔레콤은 3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이미 1조원 이상의 고객 보상 및 정보보호 투자 비용을 지출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조정안을 마냥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조정이 결렬될 경우 고객 이탈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텔레콤이 신뢰 회복을 위해 약속한 5000억원 규모의 보상안, 향후 5년간 7000억원 규모의 보안 투자는 결국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앞서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긴 가입자는 지난 7월 한시적으로 운영된 위약금 면제 기간 10일(7월 5일~14일) 동안에만 4만2027명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은 조정안과 관련해 검토에 들어갔다. 관계자는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고객 요금 50% 인하와 감사제 등을 진행하면서 재무적 부담을 상당 부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토로했다. 관계자는 “올해 3분기에는 분기 배당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재무 상태가 여유 있는 편은 아니”라며 “개인에게는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지만, 회사로서는 은행 차입을 검토해야 할 정도의 규모”라고 부연했다.
결국 SK텔레콤은 재무 부담과 사회적 책임을 안고 아슬한 외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종착지가 향후 통신업계 전반의 소비자 분쟁 대응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은 SK텔레콤의 입에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과거에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1인당 30만원 배상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제안한 결합상품 위약금 감면 조정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안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정안 수락 여부에 대한 발표 시점과 관련해서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월 중 회사의 공식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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