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9일 18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며 김 여사를 대통령 배우자 신분을 이용해 국정과 선거에 개입한 인물로 규정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대통령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공적 시스템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 뉴스1
특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빌딩 웨스트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의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각종 인사와 공천에도 폭넓게 개입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김 여사가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서성빈 드론돔 회장, 최재영 목사,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부터 총 3억7725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서로 공통분모가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를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청탁하고 금품을 교부했으며, 그 결과 청탁은 그대로 실현됐다"며 "대통령의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윤석열은 배우자의 이와 같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금품수수 사실이 있었음에도 특검 조사에서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쉽게 믿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알았다는 직접 증거가 부족해 김 여사만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으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 수수죄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 뉴스1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정치공동체로 규정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 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명태균씨로부터 2억744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공천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오 특검보는 "공식적인 지위나 권한이 없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향유하였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통일교 사건과 관련해 박상진 특검보는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김건희 여사가 국정에 개입하고, 권성동은 국회의원의 직무를 남용함으로써 통일교의 청탁 실현을 위해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었고, 통일교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통일교의 조직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대통령 선거 및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다"고 했다.
박 특검보는 "이 사건은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통일교 지도자의 정교일치 욕망,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대통령 배우자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 해이와 준법정신 결여, 정권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 등이 결합하여 빚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만평]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삽화 이미지 / 위키트리
특검팀은 현행법의 한계도 지적했다. 김 특검보는 "특검은 이러한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 질서 파괴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로 인해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과 영부인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에 있어 공무원 의제 규정을 두는 등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자본시장법 위반, 코바나컨테츠 전시회 기업들 뇌물성 협찬, 고가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 수수,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부당 개입, 서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 특혜, 윤 전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총 16개 의혹을 수사했다.
민 특검은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되었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며 "특검 수사는 종결되었지만 앞으로 공소 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80일간의 수사 기간 동안 중복 기소를 포함해 총 76명을 기소했으며, 이 중 20명을 구속 기소했다. 시간 제약과 능력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한 사건들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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