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아카이빙] 이상함의 필요성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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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이상함의 필요성③

문화매거진 2025-12-29 15:51: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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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이상함의 필요성②에 이어 
 

▲ Man Ray in front of a portrait of 'KiKi de Montparnasse', 1654, Photo by Michel Sima
▲ Man Ray in front of a portrait of 'KiKi de Montparnasse', 1654, Photo by Michel Sima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중요한 점은 초현실주의가 현실을 외면하거나 도피하려는 태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현실을 구성해 온 사고의 틀을 흔들고, 그 한계를 드러내려는 시도였다. 눈에 보이는 질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배제하지 않고, 그것 또한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였다.

나카노시마 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이러한 맥락을 비교적 친절하게 풀어낸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이미지가 등장했는지, 어떤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는지를 설명한다. 복잡한 이론을 강요하지도, 해석을 단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한다. 이 사조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이 전시는 초현실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법’을 정리해 준다. 그래서 작품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던지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현실은 정말 이성만으로 설명되는가, 우리가 믿는 논리는 어디까지 유효한가. 전시는 그 질문을 조용히 남긴 채 끝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이 사조가 당대 예술가 개인의 내면 탐구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의식과 꿈, 연상이라는 개념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시각 이미지로 공유되는 순간 사회적 언어가 된다.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이미지를 보며 각자의 연상을 떠올리고, 각기 다른 해석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이 사조의 중요한 작동 방식이다. 

▲ 전시 전경 / 사진: 정서원 제공
▲ 전시 전경 / 사진: 정서원 제공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초현실주의가 개인의 정신을 넘어서 집단적인 사고의 장을 형성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되, 질문이 공유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 전시는 이해했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어디에서 흔들렸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이미지가 낯설게 느껴졌다면 그 낯섦이 바로 이 사조가 의도했던 반응일 수 있다. 모든 장면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작가를 동일한 기준으로 묶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예술을 통해 사고의 틀을 점검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나카노시마 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그 점을 과장 없이, 그러나 충분한 밀도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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