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러시아 초부유층 '올리가르히'를 '침묵하는 지지자'로 만들었다고 BBC가 보도했다. BBC는 서방의 제재가 올리가르히들을 푸틴 대통령의 반대파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팅코프은행 창업자인 올레그 팅코프는 푸틴 대통령의 채찍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아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팅코프은행은 한때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민영은행이었다.
팅코프는 2022년 4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친(crazy) 전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날 팅코프 측 임원들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팅코프와 모든 관계를 끊지 않으면 은행이 국유화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팅코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가격을 논의할 수도 없었다"며 "제시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협상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전투기 엔진용 니켈을 공급하는 러시아 5위 부호 블라디미르 포타닌과 연관된 기업이 이 은행을 인수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팅코프에 따르면 은행은 실제 가치의 약 3% 수준의 가격에 팔렸다. 그는 약 90억 달러(약 13조 원)를 잃고 러시아를 떠나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노선을 따르지 않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처벌해 왔다. 한때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했던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2001년 친민주주의 성향의 조직을 출범했다는 이유로 10년간 복역했고 그의 석유회사 유코스는 국유화됐다.
푸틴 대통령이 주도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 초부유층 대부분은 침묵을 지켰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극소수는 나라를 떠나야 했으며 재산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 초부유층은 전쟁 수행에 있어 푸틴 대통령의 핵심적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전쟁 발발 당시 크렘린궁에 소집된 주요 기업인 37명을 포함해, 다수가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됐다.
서방이 이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크렘린에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여전히 부를 유지하며 공개적 반대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그 목표는 실패한 셈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막대한 재산을 들고 서방으로 망명을 고려했더라도 제재로 인해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소속 알렉산드르 콜란드르 연구원은 "서방은 러시아 억만장자들이 ‘국기 아래 결집’하도록 만들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며 "자산은 제재를 받고, 계좌는 동결됐으며, 재산은 압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푸틴이 억만장자들과 그들의 자산, 자금을 동원해 러시아 전쟁경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해외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생긴 공백을 크렘린과 가까운 기업인들이 값싸게 매입하며 빠르게 메웠다"며 "이로 인해 새로운 영향력 있고 활동적인 충성파 집단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미래는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이 지속되는 데 달려 있다"며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전 소유주가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포브스 소속 자코모 토니니에 따르면, 2024년에만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에서 새로운 억만장자 11명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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