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이름으로 흔들린 약속,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신뢰는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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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이름으로 흔들린 약속,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신뢰는 어디로 가나

폴리뉴스 2025-12-29 15:29:41 신고

대한항공 스타링크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 스타링크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 정책은 '통합 이후 고객 편익 확대'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 설계 단계에서는 소비자 권익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다.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마일리지는 단순한 부가 혜택이 아니라 소비자가 장기간에 걸쳐 축적한 실질적 자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번 통합안은 마일리지를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쓸 수 있는지에 대한 핵심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추진됐고, 그 결과 규제 당국으로부터 반복적인 보완 요구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지연이 아니라 통합 정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은 지점은 전환 비율 그 자체보다 '실사용 가능성'에 가깝다. 대한항공은 탑승 마일리지는 1대1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카드·제휴를 통해 적립된 마일리지는 낮은 비율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구조는 형식적으로는 적립 경로에 따른 차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왜 그 비율이 합리적인지,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가치 감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마일리지의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사용 가능성에서 결정되는데, 보너스 좌석과 좌석 승급 물량이 제한적이라면 전환 비율이 높아도 체감 가치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좌석 공급 확대와 운영 기준의 명확화를 요구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통합 이후 시장 구조 변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항공사로 묶이면 국내 국제선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 이 경우 마일리지 좌석을 적극적으로 풀 유인은 줄어들고,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수요가 발생하는 일반 좌석 판매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일리지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는 항목인 만큼, 통합 이후 비용 관리 논리가 강화될수록 소비자 사용 권리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통합 항공사가 '자율적 운영'을 이유로 좌석 공급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경우, 소비자는 약관상 권리는 보유하고 있으되 실제로는 쓰기 어려운 마일리지를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훼손이다. 마일리지는 단기간에 쌓이는 포인트가 아니라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되는 장기 약속이다. 소비자는 항공사와의 반복 거래를 통해 미래의 항공권이나 좌석 승급을 기대하며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 왔다. 기업결합이라는 경영상 판단으로 그 약속의 조건이 불리하게 바뀐다면, 이는 소비자에게 선택권 없는 계약 변경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통합 마일리지 방안을 기업결합 승인과 분리해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이유도, 마일리지 정책이 단순한 내부 규정이 아니라 소비자 권리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진정으로 통합의 시너지를 말하려면, 추상적인 '보완'이나 '확대 검토' 수준을 넘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노선·시기별 최소 보너스 좌석 공급 기준, 공급 물량의 공개와 사후 검증 방식, 미이행 시 자동 보상 장치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제되지 않는 통합안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공정위의 반복된 보완 요구는 정책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통합 항공사가 가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상기시키는 경고에 가깝다. 마일리지 신뢰를 잃는 순간, 통합 항공사의 브랜드 가치와 장기 고객 기반 역시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대한항공은 직시해야 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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