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100% 독자 기술로 개발한 모바일 GPU를 2027년 출시될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800에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게임 성능 논란으로 조롱받았던 엑시노스가 기술 독립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직접 개발한 아키텍처를 토대로 제조한 GPU를 엑시노스 2800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자 GPU 아키텍처를 보유한 기업은 엔비디아, AMD, 인텔, 애플, 퀄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엑시노스는 그간 GPU 성능 문제로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특히 영국 ARM의 말리(Mali) GPU를 탑재했던 시절, 퀄컴 스냅드래곤의 아드레노(Adreno) GPU 대비 현저히 낮은 게임 성능과 발열 문제로 악명 높았다. 같은 게임을 구동해도 프레임 드롭이 심하고 발열이 심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엑시노스 모델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2022년 엑시노스 2200부터 AMD의 RDNA 아키텍처 기반 GPU로 전환했다. 콘솔 게임기 수준의 그래픽 기술을 모바일에 도입한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발열 제어 실패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부족으로 게임 성능은 여전히 스냅드래곤에 뒤처졌고, 이는 갤럭시 S 시리즈의 지역별 AP 차별화 전략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GPU 내재화에 나선 핵심 이유는 바로 최적화다. 범용 GPU는 여러 제조사의 기기에 탑재돼야 하므로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최적화하기 어렵다. 반면 자체 GPU는 갤럭시 시리즈의 디스플레이, 쿨링 시스템, 게임 최적화 소프트웨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애플이 자체 GPU로 아이폰 게임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6용 엑시노스 2600은 AMD 아키텍처에 삼성 자체 설계를 적용한 중간 단계 제품이지만, 2027년 엑시노스 2800부터는 아키텍처부터 설계까지 온전히 삼성 기술로 완성된 GPU가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2~3년간 연봉 3억~10억원을 제시하며 GPU 전문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했다. 전 AMD 부사장 존 레이필드 같은 세계적 GPU 전문가도 합류했다.
삼성이 개발하는 GPU의 실제 경쟁 상대는 퀄컴 아드레노와 애플 GPU 같은 모바일 GPU다. 목표는 원신, 젠레스 존 제로 같은 고사양 모바일 게임을 60fps로 안정적으로 구동하고, 발열 없이 장시간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갤럭시폰에 최적화된 맞춤형 GPU를 확보하면 게임 개발사들도 엑시노스 최적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엑시노스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GPU를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글라스,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조롱받던 엑시노스가 2027년 모바일 게임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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