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K-ICS 요구자본 산출 과정에서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 가정에 최대한도를 제시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할 때 '앞으로 보험료를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를 회사 재량에 따라 반영해 왔다. 하지만 이 가정을 과도하게 높게 잡을 경우 실제보다 적은 자본을 쌓아도 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예를 들어 동일한 실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두 보험사가 있을 경우 한 회사가 향후 보험료를 연평균 20% 인상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요구자본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보수적으로 10% 인상만 가능하다고 가정한 회사는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실제 리스크 수준이 비슷하더라도 보험사마다 자본비율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실손에 대해서는 이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자본건전성 지표에 리스크가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되도록 기준을 정비했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요구자본을 계산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실손 보험료 인상 가정의 상한으로 갱신 후 1~5년차 기준 질병통원 19%, 상해통원 22% 등을 제시했다. 6년차 이후에는 이보다 낮은 상한이 적용된다. 금감원은 이 수치가 전체 보험사의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기준은 보험사들이 실제로 보험료를 얼마나 올릴지를 제한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회사별로 편차가 컸던 보험료 조정 가정을 요구자본 산출 과정에서 표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손해율 관리가 잘 되지 않은 회사가 자본비율 측면에서 유리해지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5세대 실손 도입을 앞두고 실손을 명확한 관리 대상 상품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실손은 비급여 이용 증가 등으로 손해율 변동성이 크고, 보험료 조정 가정이 미래 부채와 자본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상품보다 크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실손 비중이 높은 중소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본 관리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료 조정 가정을 통해 자본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이 제한되면서, 실손보험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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