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국정농단’ 의혹을 180일간 파헤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하는 성과를 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과 핵심 의혹의 ‘윗선’ 규명에는 실패하며 수사를 종결했다. 특검팀은 현행법의 사각지대와 수사 기간의 한계를 토로하며 남은 과제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넘겼다.
특검팀은 29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대통령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상당수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다고 밝혔다.
◇‘현대판 매관매직’ 확인하고도…尹 처벌 못한 ‘법의 구멍’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이었던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수수 의혹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 김상민 전 부장검사 등으로부터 인사·이권 청탁 명목으로 총 3억7725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밝혀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윤 전 대통령이 인지했을 정황은 있으나, 본인이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간접 증거만으로는 입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경찰로 이첩된 사건 중 가장 규모가 큰 ‘뇌물 수사’는 국수본이 이어받게 됐다.
특히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법적 처벌의 사각지대가 됐다. 김 여사에게 ‘금거북이’를 건넨 이배용 전 위원장의 경우, 전달 시점이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이라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을 피했다. 이 전 위원장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만 기소됐다.
◇명태균 여론조사·공천 개입 의혹…“당선인은 공무원 아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역시 ‘당선인’ 신분의 벽에 막혔다. 특검팀은 사전수뢰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청탁 시점이 여론조사 이후라는 점 때문에 혐의 적용이 불발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또한 “대통령 당선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할 수 없다”는 법리적 판단에 따라 기소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공천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벌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을 국수본으로 이첩, 사실상 ‘제2라운드’를 예고했다.
◇양평고속도로·주가조작·수사무마…‘윗선’ 못 밝히고 경찰행
주요 권력형 비리 의혹들도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김 여사 일가 땅으로 종점이 변경된 사실과 절차적 하자를 확인했으나, 변경을 지시한 최상위 결정권자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토부 실무자들만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으며, 문홍주 특검보는 “증거 인멸과 수사 기간 부족으로 윗선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도 난항을 겪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고위직 8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으나, 당사자들의 소환 불응으로 대면 조사는 무산됐다.
이 밖에도 ▲삼부토건 및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의혹 ▲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김 여사 일가 ‘집사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경찰로 넘어갔다. 한편,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김충식 씨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실질적 영향력이 없었다는 판단하에 불기소 처분됐다.
◇특검 “영부인 지위 법제화 등 입법 보완 시급”
민중기 특검팀은 수사를 마무리하며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김 특검보는 “영부인이 실질적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함에도 법적 지위가 모호해 수사에 어려움이 컸다”며 “대통령 당선인을 청탁금지법 대상에 포함하고, 영부인의 지위에 걸맞은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특검은 ‘살아있는 권력’인 영부인을 기소하는 헌정사적 기록을 남겼으나, 대통령 본인에 대한 의혹과 각종 게이트의 몸통을 밝혀내는 숙제는 경찰의 몫으로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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