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달력보다 먼저 차는 것이 있다. 술자리다. 회식, 송년 모임, 지인 약속이 이어지면서 술을 마시는 날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문제는 다음 날이다.
출근은 해야 하고, 학교에 갈 준비도 해야 하며, 가족의 하루 역시 평소처럼 돌아간다. 속은 뒤집히고 머리는 무거운데 해장은 해야 하는 상황, 이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선택지가 바로 라면이다.
라면은 접근성이 좋다. 집에 거의 항상 있고, 끓이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냥 끓여 먹는 라면이 과연 해장이 될까 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나트륨은 높고, 자극은 강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콩나물이나 숙주, 다진 마늘을 넣어 해장용으로 변형한다. 여기에 의외의 재료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참치캔이다.
유튜브 '자취요리신 simple cooking'
참치캔이 해장용 라면에 어울린다는 말은 낯설게 들릴 수 있다. 기름지고 느끼할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참치는 해장에 필요한 요소를 꽤 충실히 갖춘 식재료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몸이 원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단백질, 수분,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감칠맛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때 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단백질이다. 참치는 고단백 식품으로, 조리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캔에 담긴 참치는 이미 한 번 익혀진 상태라 소화 부담도 적다. 속이 예민해진 상태에서도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참치캔 속 국물도 포인트다. 흔히 기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제품에 따라 물이나 식물성 기름이 함께 들어 있다. 이 국물은 라면 국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깊이를 더한다. 자극적인 스프 맛만 튀지 않고, 국물이 둥글어진다. 해장국에서 느끼는 ‘국물 맛이 정리된다’는 감각이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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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는 비린내가 날 것 같지만, 라면에 넣을 때는 오히려 반대다. 끓는 물에 스프가 풀리면서 참치 특유의 향은 사라지고, 감칠맛만 남는다. 여기에 다진 마늘을 함께 넣으면 비린 맛을 잡아주는 동시에 해장에 필요한 알싸함을 더할 수 있다. 콩나물이나 숙주를 더하면 수분과 식이섬유가 보완되면서 속이 한결 편안해진다.
조리 순서도 중요하다. 물을 끓여 스프를 먼저 풀고, 콩나물이나 숙주를 넣어 한 번 끓인다. 그 다음 참치를 넣고 가볍게 풀어준 뒤 면을 넣는다. 참치를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면 살이 부서져 국물이 탁해질 수 있다. 마지막에 다진 마늘을 소량 넣으면 향은 살아 있고 부담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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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든 참치 라면은 일반 라면보다 자극이 덜하다. 기름진 술안주를 먹은 다음 날에도 속이 크게 불편하지 않고, 국물을 마셨을 때 묘하게 개운하다. 해장이란 결국 속을 풀어주는 과정이지, 더 강한 자극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해장국 한 그릇의 부담도 커졌다. 시간도 문제다. 아침에 식당을 찾기 어려운 날에는 집에서 끓일 수 있는 해장이 가장 현실적이다. 참치캔 하나로 라면의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 이만한 선택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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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는 피하기 어렵고, 다음 날의 일정은 더더욱 피할 수 없다. 해장이 필요한 날, 냉장고에 참치캔이 있다면 라면을 그냥 끓이지 않아도 된다. 간단하지만 이유 있는 조합, 참치캔 라면이 연말 해장의 새로운 해답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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