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홀린 K뷰티의 고민···잘 팔아도 수익은 ‘제자리’

[사진=프리픽]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반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 스토리를 기록 중인 K뷰티가 화려한 성장가도의 이면 속 심각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화되고 있는 원화 약세로 수출만 놓고 봤을 땐 환율의 이점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글로벌 운송비용을 비롯한 판관비, 마케팅 부문에 소요되는 예산 등 전 부문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실질 수익화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의 원료 수입 비중이 4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의 고점 행진으로 원·부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K뷰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달러당 원화값 연간 평균은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1420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외환당국이 연말 들어 강도 높은 시장 개입에 나서며 원화값이 1500원 선까지 밀리는 상황은 막아냈지만, 1400원대 환율이 사실상 ‘뉴노멀’로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원화 약세 국면은 가격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유통 채널 중심의 판로 확대 등의 요인으로 달러로 수출 대금을 받는 뷰티 기업들에게 호재로 여겨지지만,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원·부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가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소비자가에 가격을 전가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상 기업들의 체감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플랫폼 광고나 현지 판촉 비용의 경우 달러로 결제되는 경우가 많아 판매가 확대될수록 비용 부담이 동반 확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리스크까지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사진=연합뉴스]

해외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K뷰티를 더 ‘가성비’ 있게 느끼게 만들어 판매 확대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 파워가 약하거나 유통 채널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입점 수수료, 광고비 등 판매비 부담이 큰 데다 경쟁이 치열한 채널에서는 가격 인상 여지가 제한적이어서 물량이 늘어도 실질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같은 환율 환경에서도 기업별 체감은 엇갈린다.

브랜드 파워가 있거나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은 환율 효과를 비교적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반면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브랜드는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익 개선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화 약세가 수출 기업에는 전반적으로 유리하다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나 그 영향의 크기와 방식은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환율 국면에서는 원자재를 들여와 제조한 뒤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부담이 발생하는 한편 수출로 얻는 환율 효과도 함께 나타난다”며 “양쪽 효과가 맞물리면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이 1400원대에 형성된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단기 효과보다 전체적인 원가 구조와 단가 전략, 나아가 수출 경쟁력 전반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