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제주 SK의 선택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26시즌을 앞두고 제주가 새 사령탑으로 낙점한 인물은 세르지우 코스타(52·포르투갈) 감독이다. 이는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 감독 선임이다. 감독 경험이 없는 인물을 택했다는 점에서 도전이자 실험이지만, 동시에 변화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결정으로 분석된다.
코스타 감독은 스포르팅 CP(포르투갈) 전력분석관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해 포르투갈, 브라질, 그리스, 중국을 거쳤고, 한국 대표팀과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에서 파울루 벤투(56·포르투갈) 감독의 핵심 참모로 활동했다. 특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한국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태며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됐다. K리그와 한국 선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배경이다.
한준희(55) 위원은 앞서 24일 제주의 결정을 두고 본지에 “프로축구의 번성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다양성”이라며 “외국인 감독 선임은 제주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도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잔류한 제주가 세대교체와 체질 개선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안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과정’을 말한 초보 사령탑, 주도적 축구 선언
코스타 감독은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첫 감독직에 대한 기대와 구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제주에 오게 돼 굉장히 흥분되고 감사하다. 한국은 제게 외국이 아니라 고향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키워드는 ‘과정’이었다. 코스타 감독은 “짧은 길을 선택하기보다 절차를 믿고, 선수와 스태프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제주가 제시한 프로젝트를 보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축구 철학도 명확했다. 그는 “주도적으로 볼을 소유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 내용이 분명히 보이는 축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했던 시절을 언급하며 “당시 중요하게 여겼던 축구 DNA가 제 안에도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공을 탈취한 뒤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는 공•수 균형, 파이널 서드에서의 다이내믹하고 자유로운 선택이 핵심이다.
선수단 평가에는 신중함을 유지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좋고 성숙한 선수들이 많다. 특히 미드필더진은 큰 강점”이라면서도 “모든 팀에는 보완이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 전문가들과 논의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고 밝혔다.
코스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은 ‘규율, 조직, 야망’이었다. 코스타 감독에 의하면, 규율은 선수에 국한되지 않고 클럽 전체에 적용된다. 아울러 직책, 국적,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코스타 감독은 “공격과 수비 모두 패턴과 기준이 있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고, 야망은 “매 경기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감독 경험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역할은 달라도 책임의 무게는 같다. 그렇기에 귀가 2개, 입이 1개 있는 것”이라며 “벤투 감독과 일할 때도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해 왔다. 팀을 이끄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다. 나이, 국적, 조건과 무관하게 평등한 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K리그1 유일의 외국인 감독의 철학 ‘빌리브 인 프로세스’
코스타 감독은 외부에서 바라본 K리그에 대해서도 진단을 내렸다.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성실한 선수들이 많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경기 운영에서는 밸런스가 깨지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고 짚었다. 특히 제주가 지난 시즌 어려움을 겪었던 수비 전환 상황을 언급하며 “가장 피하고 싶은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2026시즌을 향한 목표는 단기 성적보다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상대에 반응하는 축구가 아니라 우리가 주도하는 축구를 하겠다. 질 수도 있지만, 철학 안에서 지는 것”이라며 “그 과정을 끝까지 밀고 가겠다”고 말했다. ‘빌리브 인 프로세스(Believe in process)’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이유다.
코스타 감독은 ‘시간’과 ‘숫자’라는 키워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원하는 축구를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프리시즌이라는 시간이 있다. 시간을 핑계로 댈 생각이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제 철학에 의심이 있었다면 집에서 가족들과 있는 게 더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 기간을 변명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데이터와 수치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의 철학은 일관됐다. 코스타 감독은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센터백의 패스 수를 예로 들며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가 가장 많은 패스를 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좌우로 주고받는 패스인지, 상대 구조를 깨는 전진 패스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코치진 구성 역시 변화의 일환이다. 제주는 2025시즌 전북 현대의 ‘더블’(K리그1+코리아컵 우승)에 힘을 보탠 정조국(41) 코치를 수석코치로 선임하고, 포르투갈 출신 코치 2명을 포함한 다국적 스태프 체제를 꾸린다. 코스타 감독은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하나의 그룹으로 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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