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시대가 열렸다. 지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용산 시대'를 뒤로하고, 다시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가 북악산 기슭으로 돌아온 첫날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재입주 공약 이행은 취임 직후부터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이동을 넘어, 지난 정부와의 차별화이자 '국가 시스템의 정상화'를 상징하는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본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첫날을 맞아, 그 이면에 담긴 배경과 '신(新) 청와대 시대'가 갖는 의미를 심층 분석했다.
■왜 다시 청와대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을 떠나 청와대로의 복귀를 결정한 가장 큰 명분은 '실용'과 '안보', 그리고 '비용 절감'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이 대통령 측은 용산 집무실의 비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국방부 청사를 개조해 사용했던 용산 시대는 소통을 강조했으나, 역설적으로 경호 동선과 시민 편의의 충돌, 국방 안보 시설의 연쇄적 이전 비용 발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은 '가성비'와 '효율'"이라며 "이미 완벽한 보안 시스템과 업무 인프라가 갖춰진 청와대를 놔두고, 막대한 세금을 들여 용산이나 세종에 머무는 것은 '행정 낭비'라는 것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역사성의 복원'이라는 측면도 강하다. 청와대는 비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대한민국 건국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영욕이 서린 역사적 공간이다. 이 공간을 폐쇄하고 관광지로만 활용하는 것은 역사의 단절이라는 인식 아래, 공간의 주인을 다시 대통령과 국민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구중궁궐'의 오명 벗고 본관 아닌 '여민관' 집무
과거 청와대가 비판받았던 핵심은 '구중궁궐'로 대변되는 불통 구조였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진이 일하는 여민관의 거리가 멀어 대면 보고가 어렵다는 점은 역대 정부의 고질적 문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웅장하고 권위적인 본관 집무실은 외빈 접견이나 공식 행사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평소 업무는 참모들이 모여 있는 '여민관'에서 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공간의 위계를 허물고 실무형 대통령으로 일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대통령이 참모들과 같은 건물, 좁은 복도를 오가며 수시로 토론하는 '미국 웨스트윙' 식의 업무 스타일을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부터 보여준 '현장형 행정가'의 면모를 국정 운영 시스템에 이식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시민 공간과의 공존, '열린 청와대 2.0'
가장 큰 딜레마는 이미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 권역을 다시 보안 구역으로 설정하는 문제였다. 시민들은 지난 몇 년간 청와대 경내를 자유롭게 관람해왔다.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새 정부는 '부분 개방'과 '스마트 경호'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집무 공간을 제외한 녹지원, 상춘재 일부 구역 등은 예약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개방하되, 경호 레벨을 조정해 시민의 휴식권과 대통령의 업무 공간을 공존시키겠다는 것이다.
■ '용산 지우기' 넘어 실용정부 보여줘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청와대 복귀를 전임 정부의 색깔을 지우기 위한 'ABY(Anything But Yoon)' 정책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용산 시대를 '실패한 실험'으로 규정함으로써 전임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국민에게 돌려준 청와대를 다시 권력의 소유물로 만드는 퇴행"이라며 "수천억 원의 매몰 비용을 발생시키는 포퓰리즘적 이전"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공간의 회귀'가 '권위의 회귀'로 변질되지 않도록 증명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청와대로 돌아간 것이 단순히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결단이었음을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공간이 아니라 제도와 사람의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라는 견고한 성벽 안으로 들어간 대통령이 민심과 괴리되지 않고, 얼마나 투명하게 국정을 운영하느냐가 '신 청와대 시대'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 리더십의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를 청와대 세종실에서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청와대는 이제 권력의 성역이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치열한 야전 상황실이 될 것입니다." 다시 켜진 청와대의 불빛. 그것이 권력자의 고독한 불빛이 될지, 밤새워 국민의 삶을 고민하는 희망의 등대가 될지, 대한민국은 이제 막 두 번째 청와대 시대를 목격하기 시작했다.
윈스턴 처칠은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이후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용산 시대의 실험이 공간을 바꿔 의식을 개조하려 했던 시도였다면,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복귀는 '어떤 공간이든 쓰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주소가 '종로구 청와대로 1'이냐 '용산구 이태원로 22'냐가 아니다.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의 깊이, 그리고 국민을 향한 귀의 개방도다. 청와대로 돌아온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북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고립감이다. 담장을 다시 쌓은 만큼, 마음의 담장은 더 낮춰야 한다. '돌아온 청와대'가 과거의 유물이 아닌 미래의 엔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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