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주년을 맞는 해다. 지방정부가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특성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며 경쟁력을 키워온 과정은 분명한 성과로 평가되지만 재정 격차와 행정 역량의 차이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주목받는 사례가 평택시다. 평택시는 지난 30년간 ‘도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만들어온 도시로 평가된다.
1995년 평택군, 송탄시, 평택시 통합 당시 평택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미군기지가 있다는 정도로만 인식됐고 일부는 아예 충청도 지역으로 오해할 만큼 도시 브랜드가 낮았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평택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재탄생했다. 지금의 평택은 ‘대한민국 성장 거점’, ‘세계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도시’, ‘가장 역동적인 도시’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갖췄다. 산업·경제 기반 강화, 교통과 문화 인프라 확충, 청년층 유입 등으로 도시 경쟁력은 꾸준히 상승했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라는 초대형 반도체 생산 단지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이 평택에 구축되면서 지역경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추 역할을 평택이 맡게 됐다.
여기에 경기도내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더해지며 평택의 산업 경쟁력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 결과 평택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2년 4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국 대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인구 증가도 두드러진다. 평택은 29년 연속 인구가 늘어 현재 65만명에 이르렀으며 높은 청년 비중 덕분에 혼인율과 출산율 모두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산업 성장과 인구 구조의 변화가 결합되면서 평택은 ‘사람이 찾아오는 도시’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 도시의 체질을 바꾼 특별법… 반도체 넘어 미래 산업으로
평택 도약의 제도적 전환점은 ‘평택지원특별법’이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을 전제로 국가가 강력하게 도시를 지원하도록 만든 법으로 평택 발전 동력의 핵심이다.
특별법을 통해 확보된 18조원대의 지원과 규제 완화는 도시 변화로 직결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유치, 평택지제역·안중역 개통, 고덕신도시와 브레인시티 개발, 카이스트 평택캠퍼스 유치, 아주대병원 건립 추진 등이 모두 이 특별법에서 비롯된 성과다.
평택아트센터, 서부복지타운, 안정리예술인광장, 오썸플렉스, 평택호횡단도로 등 각종 인프라 역시 특별법의 혜택으로 조성됐다. 지난해 개통한 안중역도 이 법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운 도시 자산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평택시는 미래 산업 다변화의 필요성을 인지, 새로운 성장 영역을 개척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수소 산업과 미래자동차 산업이다.
수소 산업의 경우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수소생산기지 구축, 수소 기반 교통수단 실증 성공, 청정수소 실증센터 설치 등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에 속도가 붙었다. 최근 개원한 ‘한국청정수소진흥연구원’은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평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미래차 산업 역시 평택의 지리적 장점과 산업 입지 기반을 활용한 전략적 선택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항인 평택항, 인근 완성차 3개사와 250여개 협력기업, 반도체·수소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더해져 미래차 산업 육성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정부는 지난해 ‘미래차 전장부품 통합성능평가센터’를 평택에 설치하기로 결정했고 평택시는 평택항 중심의 ‘미래차 산업특구’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 ‘그린웨이 프로젝트’와 인프라 확충으로 품격 있는 도시 발돋움
한동안 경제성장에 가려졌던 환경 분야도 평택은 확실한 변화를 실천했다.
대표적 성과가 미세먼지 저감이다. 2018년 ㎥당 54㎍이던 미세먼지는 지난해 36㎍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8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대규모 공원을 조성한 결과다. 초기엔 무모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민 만족도가 매우 높고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의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또 일몰제에 따라 공원 예정지가 사라지던 전국적 흐름 속에서도 평택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15개의 공원을 지켜냈고 현재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원을 보유한 녹색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이달 준공을 앞둔 평택아트센터를 비롯해 평택박물관,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시립미술관 등이 조성 중이며 지난해 창단한 국악관현악단은 지역 문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의료 기반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국제학교 설립은 오랜 진통 끝에 미국 명문 ‘애니라이트스쿨’이 최종 선정되며 추진에 속도가 붙었고 카이스트 평택캠퍼스는 단계별 조성을 통해 글로벌 연구 거점으로 자리 잡아 갈 예정이다.
아주대병원 평택 분원 건립은 500병상 규모의 최첨단 시설로 조성돼 중증·감염병 치료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며 의료복합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연구와 진료가 결합된 미래형 의료도시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아울러 철도망 확충은 평택의 도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SRT 개통으로 활성화된 평택지제역에는 곧 KTX가 정차할 예정이며 GTX-A·C 노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문을 연 안중역은 서해선이 운행되며 서해안권 교통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향후 KTX 정차와 신안선 연계로 여의도까지 직접 연결되는 구상도 추진되고 있다. 평택역과 평택지제역은 각각 문화광장과 복합환승센터로 새롭게 탈바꿈할 예정이다.
■ 도시를 변화시킨 정장선 시장 리더십
평택의 지난 30년은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의 연속이었다. 반도체 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도약하고 미래 산업과 녹색도시 전략을 결합하며 새로운 도시 모델을 만들어 왔다.
이 과정에서 정장선 시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난 통합 30년 역사 속에서 3선 국회의원과 재선 시장을 거치며 평택의 미래를 설계해 왔다. 국회의원 시절 평택지원특별법을 관철시키고 삼성전자 유치를 위한 공업용지 확보에 나섰으며 평택항 개발의 토대를 닦은 것이 지금의 성장 기반이 됐다.
시장이 된 이후에는 미래차·인공지능(AI)·수소경제 같은 미래 첨단 산업 전략을 도입했고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숲 모델을 완성했으며 문화·예술 인프라 확장을 통해 도시의 품격까지 끌어올렸다.
정장선 시장은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평택의 발전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는데 평택시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로 널리 알려져 무척 기쁘면서도 뿌듯하다”며 “지난 30년간 평택시의 위상이 높아진 건 시민과 행정, 지역사회가 함께 한 걸음씩 내디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지역에 관심을 두고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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