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 여성 고용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경력단절 여성 규모도 감소했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여성 인력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남초 직군’으로 인식되는 영역에서 성별 격차가 완화되지 않는 흐름이 확인되면서 직업의 성별화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와 성평등가족부(이하 성평등부)가 최근 펴낸 ‘2025년 여성경제활동백서’에 따르면 2023년 여성 과학기술인 수는 6만1430명으로 전체 26만5481명 가운데 23.1%로 집계됐다.
국가전략기술 분야별로 보면 여성 비중은 더 낮았다. 지난해 인공지능 분야 여성 인력은 8242명으로 전체의 15.1%에 불과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종사하는 여성 비율은 2020년 12.4%에서 2023년 15.5%까지 상승했으나, 지난해 다시 0.4%p 감소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전체 인력은 2013년 이후 꾸준히 늘어 2023년 16만2604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사이 2만5849명이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남성 인력은 2023년 15만2104명으로, 2013년 대비 4만2662명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여성 인력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2013년 2만7312명에서 2017년 3만6082명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전환해 2022년 1만500명까지 줄었다. 여성 인력 감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분야 여성 인력은 2017년 1만1852명을 정점으로 줄어 2023년 3254명으로 감소했고, 반도체 분야 여성 인력도 2019년 2만4865명 이후 감소가 시작돼 2023년 7246명까지 크게 줄었다.
우주산업과 로봇 분야에서 여성 인력 비율은 정체·하락이 동시에 확인됐다. 우주산업 분야 여성 인력은 2023년 1855명으로 전년보다 121명 늘었지만 여성 비율은 전년 대비 0.4%p 하락했다.
2023년 로봇 분야 여성 인력은 1만273명으로 전년 대비 128명 감소했고 여성 비율은 2019년 15.0%에서 2021년 24.5%까지 상승한 뒤 2023년 19.8%로 하락했다. 여성 인력은 2019년 7617명에서 2021년 1만1915명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의 채용·복귀를 돕는 연구비 지원 사업은 축소됐다. 여성 과학기술인 연구·개발(R&D) 지원사업 예산은 2023년 120억원에서 지난해 90억5800만원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복귀 지원을 받은 여성 인력도 504명에서 392명으로 감소했다.
해당 백서는 2023년 이후 세 번째로 발간된 자료로, ▲고용 현황 ▲직업능력 개발 ▲기업활동 ▲근로여건 등 여성의 경제활동 실태를 분석한 내용을 다뤘다. 특히 올해 발간된 백서는 최근 정부 정책·사업과 고용 동향을 최신 자료로 현행화해 수록했다.
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는 모두가 일하기 좋은 일터”라며 “경력단절 걱정 없는 일·가정양립 기업문화 확산, 제도적 지원 강화와 함께 안전하고 차별없는 일터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성평등부 원민경 장관은 “이번 백서는 여성의 고용과 경력, 돌봄과 일·생활 균형을 둘러싼 정책 변화와 성과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면서 “성평등부는 앞으로도 관계 부처와 협력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미래 산업과 지역 곳곳에서 여성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1265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8000명 증가했고 여성 고용률은 54.7%를 기록했다. 여성 취업자 수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영향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는 흐름이다. 2014년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여성 취업자는 181만2000명 늘었고, 고용률은 5%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용률의 성별 격차도 2014년 22%p에서 꾸준히 줄어 2024년 16.2%p로 축소됐다.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만363원으로 집계됐지만 남녀 시간당 임금비는 70.9%로 전년보다 0.2%p 낮아 시간당 임금 격차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여성의 월임금(354만1000원)·시간당 임금(2만2670원)은 비정규직(148만9000원·1만5807원)보다 각각 2.4배, 1.4배 높았고, 여성 임금은 전년 대비 월 6만8000원·시간당 1861원 상승했으나 성별 격차 지표는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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