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28년 만의 데자뷔... 이재명의 '이혜훈'은 김대중의 '김중권'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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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28년 만의 데자뷔... 이재명의 '이혜훈'은 김대중의 '김중권'이 될까

투데이신문 2025-12-29 13:04: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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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28일 일요일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진영 출신 인사인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파격 발탁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난리가 났습니다. 야당은 이 후보자를 ‘창당 이래 최악의 배신자’라고 공격하고 있고 여당도 ‘윤석열 부역자를 영입했다’며 흥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재명 대통령의 파격 인사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를 정책 리더십, 정치 리더십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인사에서 온갖 정치적 해석을 빼고 순수하게 국가 최고 운영자의 정책 측면만 보겠습니다.

먼저 관가에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민주당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를 할 때 정무적 고려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는 성남시장 재임 시 그의 최측근들이 결국 이 대통령을 최고 권좌까지 밀어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현지-김남준 라인은 철저하게 비주류였고 정통 정치인 출신도 아니었지만 그들이 결국 대권까지 창출했다”고 전제하면서 “이 대통령이 이혜훈 후보자를 임명한 건 경제관료들을 다른 방식으로 컨트롤 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으로 본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모피아(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들에게 휘둘렸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민주당에는 모피아의 기득권을 깰 만한 인물이 없다는 뜻도 된다. 모피아의 관료주의와 엘리트주의를 혁파하기 위해 기존의 인사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 관료들과의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혜훈 지명은 ‘통합 제스처’ 포장 속에 실제로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며 이 대통령 경제정책에 저항하고 있는 일단의 경제관료에 대한 견제와 군기잡기 카드라는 해석입니다. 동시에 이 후보자가 시장 친화적이고 재정건전성의 보수적 정책 소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이재명 정부의 ‘돈 푸는 정부’ 프레임을 희석시키고 시장에도 친 기업적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장차관급 인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장차관급 인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이혜훈 후보자 발탁이 모피아 군기잡기 측면도 있지만 민주당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재명 정부의 기획예산처는 ‘예산 배분·재정전략 컨트롤타워이자 중장기 국가전략 사령탑’ 역할을 겸하는 핵심 권력 기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과거 정권 기획재정부 때처럼 경제·세제·금융까지 한 손에 쥔 ‘슈퍼 부처’는 아니지만 예산과 재정과 미래전략을 쥐고 있어서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런 막강한 경제부처 일을 보수진영 인사에게 ‘외주’를 주었다는 것은 민주당이나 그 지지층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봅니다. 예산과 재정에 대한 민주당의 일방적 진영논리를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 때 원자력 발전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발언자들에게 여러 차례 “정당에 속해 있느냐(당적 유무)”고 물었습니다. 단순한 농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정치적 편 가르기’가 과학적 논쟁마저 집어삼키고 있다는 대통령의 강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정책이 진영논리로 재단돼 왜곡되는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한 이 대통령은 정책만은 정책으로 풀자는 강한 국정철학을 설파한 것입니다. 그동안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건강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합리적인 결론도 도출되지 않은 것에 대해 관가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이혜훈 후보자 지명도 이 대통령의 ‘정책의 진영논리 벗어나기’ 연장선 상에 있는 국정운영 철학이라고 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제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정치 리더십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이혜훈 파격 발탁은 지난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TK 출신이자 민주정의당(보수 진영) 핵심이었던 김중권씨를 초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을 때와 비견됩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집권에 수십년 동안 몸을 던졌던 호남 기반의 동교동계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중권 전 비서실장은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정당 후보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민정당 소속으로 11, 12, 13대 의원을 지낸 보수진영의 핵심 인사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 인물을 등용해 영원한 안티였던 영남권의 거부감을 해소하고 보수층을 안심시켰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시 파격 인사와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사이의 차이점은 전자의 경우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반 다지기였다면 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중도층 외연 확장 전략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혜훈이라는 보수 정책통을 내세워 중도층의 ‘친 사회주의 의구심’과 보수층의 ‘경제적 저항선’을 동시에 허물려 한다는 점에서 이채롭습니다.

이번 이혜훈 후보자 발탁으로 국민의힘은 충격과 함께 자중지란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를 배신자라고 맹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보수인사 빼내기’로 당의 투쟁도와 단결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대 비서실장으로 울진 출신의 김중권씨를 임명했다. 김중권 전 비서실장이 1997년 12월 26일 임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MBC 캡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대 비서실장으로 울진 출신의 김중권씨를 임명했다. 김중권 전 비서실장이 1997년 12월 26일 임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MBC 캡처]

특히 중도층에서는 ‘전문가가 정권에 참여하는 건 실용’이라는 인식도 존재해 강경 대응이 당을 너무 폐쇄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오히려 보수의 경제 정책 비전을 진보진영 정권에 투영해볼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후보자 발탁에 대한 일각의 ‘품성론’ 지적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평가가 과대포장돼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제학 박사 출신에 보수정당 정책통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정작 경제정책 현장에서 자신의 철학을 적용해본 경력이 없습니다. 이 후보자를 직접 대해본 사람들의 평가도 엇갈립니다. 실제로 경제정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다기보다 서초구에서 3선을 한 이름만 있을 뿐 실제 능력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이 후보자가 비상계엄, 탄핵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뒤 그 ‘정보’를 진보진영 인사들에게 슬쩍슬쩍 흘리며 이중적인 행동을 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반 이재명’을 외치면서도 정권 줄대기도 동시에 수행했다면 이 후보자의 신뢰성은 훼손될 여지가 있습니다.

여권의 모 원로인사가 이 대통령에게 이혜훈 후보자를 강력 천거했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상 누구의 추천을 받아 직접 낙점하지는 않겠지만 그 주체가 감히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인물이라 어쩔 수 없이 들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 후보자의 정책수행 능력과는 무관하게 여권의 파워게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자 파격 인사의 빛이 바래지는 대목입니다.

지난 2020년 4월 1일 유승민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동대문구에 마련된 이혜훈 서울 동대문구을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0년 4월 1일 유승민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동대문구에 마련된 이혜훈 서울 동대문구을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혜훈 후보자 개인에 대한 능력 평가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이 후보자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혜훈 후보자의 개인적 성향은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는 것과 그로 인해 주변과의 협업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특정 이슈에 대해 갈등이 발생할 경우 강한 소신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사안 별로 오락가락하거나 상황논리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부처 장악력과 리더십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기획예산처는 에이스 중에서도 에이스들이다. 그들과 유기적인 협조와 정치적 뚝심이 필요한데 이 후보자는 과가 의정활도 때 본인의 논리에 따르지 않는 관료나 동료들을 설득하기보다 배척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이재명 정부에서 자신의 소신을 버리고 진보진영 정책 대변자로 나설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사령탑으로 부처에서도 왕따가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혜훈 후보자는 ‘원조 친박’이었습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하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 기조에서 멀어지며 소외됐고 이때 유승민 전 의원과 궤를 같이하며 ‘개혁보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나간 것은 유승민과의 의리이자 ‘개혁’이라는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수 통합 과정에서 다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으로 복귀했다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유승민 캠프가 아닌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며 ‘유승민과의 결별’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후보자는 “권력이 있는 양지만 좇아다닌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친 윤석열’ 행보를 보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이라는 타이틀에 혹해 그동안 ‘이혜훈’이 쌓아온 모든 서사와 정체성을 싹 지우고 한순간에 이재명 사람으로 변신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습니다.

이 외에 음모론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친명계’인 김병기 원내대표를 살려주기 위해 ‘이혜훈’이라는 파격 인사 카드를 내밀어 정국 방향을 ‘이혜훈 파격 인사’로 돌렸다는 것입니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병기보다 ‘이혜훈이 누구냐’며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의 발탁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가장 강력하고도 주목받는 정치 카드가 돼 버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쥘 수 있는 ‘꽃놀이패’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혜훈 인사 파격의 급부상과 김병기 사태의 ‘페이드아웃’이 2025년 마지막 주의 정국 포인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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