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벤처기업·소셜벤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벤처확인기업 3만 8,216개사의 총 매출액은 236조 원에 달했다. 삼성(332조 원), 현대차(280조 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실상 재계 3위 그룹의 지위를 공고히 한 셈이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6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억 원 가량 늘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내실 경영이다. 평균 영업이익이 0.4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고물가·고금리의 여파 속에서도 벤처 특유의 기동력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처기업의 존재감은 일자리 창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벤처기업 종사자 수는 총 82만 8,3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소위 ‘대한민국 4대 그룹’의 상시 근로자 합계(74.6만 명)보다 8만 명 이상 많은 수치다.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의 고용 성장이 정체된 사이, 정보통신(ICT)과 바이오, 첨단 제조 분야 벤처들이 신규 일자리의 화수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단순한 숫자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보유 건수도 기업당 12.8건으로 전년보다 늘어, 인적 자원이 곧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보였다.
이 같은 성과는 2021년 2월 시행된 '민간 주도 벤처확인제도'의 안착이 결정적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거 정부 주도의 보증·대출 중심 확인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의 검증을 통과한 기업을 선별하면서 생태계 체질이 바뀌었다.
실제로 벤처기업 중 민간 투자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벤처투자유형' 비중은 2020년 7.3%에서 2024년 20.1%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장이 직접 성장성을 검증한 '진짜 벤처'들이 주류로 부상하면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 비율(6.5%) 역시 일반 중소기업(0.8%)은 물론 대기업(1.9%)을 압도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벤처의 성장도 매섭다. 2024년 소셜벤처기업은 3,259개사로 전년 대비 21.6% 증가했다. 특히 고용 인원의 78.5%가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으로 구성되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소셜벤처의 48.0%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조사는 벤처생태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실증적 지표"라며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벤처투자 활성화와 인재 보상체계 개선을 통해 국내 벤처들이 유니콘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사격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30년이 '생존과 안착'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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