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탁에서 익숙했던 해산물 골뱅이가 다시 관심받고 있다.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서 속초 골뱅이를 주제로 한 대결이 공개되면서다. 한 접시 요리를 통해 오래된 식재료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는 장면이 담겼다.
이와 함께 골뱅이를 둘러싼 유통 구조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잡히는 골뱅이의 상당량이 한국 소비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영국과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북반구 해역에서 어획된 골뱅이는 냉동 또는 자숙 과정을 거쳐 대부분 한국으로 들어온다. 현지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는 해산물이 한국 식탁을 중심으로 국제 유통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골뱅이 90%가 한국으로 향하는 이유
국제 수산업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골뱅이 유통이 한국 수요를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 왔다. 북반구의 차가운 바다에서 잡힌 골뱅이는 현지에서 바로 가공된 뒤 한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국가는 골뱅이를 식재료로 거의 사용하지 않아, 처음부터 수출을 전제로 조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영국과 아일랜드 연안은 골뱅이 조업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수심이 깊지 않은 근해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고, 연중 조업 기간도 긴 편이다. 한국 동해와 비교하면 접근성과 작업 효율이 높다. 반면 국내에서는 과거 집중 어획이 이어지며 자원이 빠르게 줄었다. 수요를 국내 어획량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수입 비중이 늘었고, 현재 통조림 골뱅이 원료 대부분이 유럽산으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 식탁이 골뱅이를 소비하는 방식
골뱅이가 한국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배경에는 소비 방식도 한몫했다. 한국에서는 골뱅이를 특정 지역 음식이나 계절 메뉴로 한정하지 않았다. 소면과 채소, 양념을 곁들여 한 접시 요리로 만들고, 술안주와 식사의 구분 없이 즐겨 왔다. 통조림 형태로 널리 보급되면서 가정에서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재료로 자리 잡았다.
반면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골뱅이를 일상적으로 먹는 식문화가 뚜렷하지 않았다. 조개류나 갑각류에 비해 조리 선택지가 적다는 인식도 있었다. 소비가 제한되면서 어획된 골뱅이는 자연스럽게 수출용 수산물로 분류됐고, 가장 큰 소비 시장인 한국으로 유통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을지로 골뱅이무침에서 시작된 대중화
한국에서 골뱅이가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시점은 1970년대다. 서울 을지로 일대를 중심으로 맥주와 함께 즐기는 골뱅이무침이 빠르게 퍼졌다.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지며 외식 메뉴로 정착했고, 자연스럽게 술안주 문화와 맞물렸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골뱅이는 특정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일상적인 안주로 자리 잡았다. 소비량이 늘어나자, 국내 어획량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통조림 업체들이 해외 원료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수입 중심 구조가 형성됐다.
고단백 저지방, 오래 사랑받은 이유
골뱅이는 쫄깃한 식감 때문에 묵직한 음식으로 인식되기 쉽다. 씹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포만감이 크게 느껴지고, 술안주 이미지도 함께 따라붙는다. 하지만 영양 구성을 보면 다른 해산물과 비교해 단백질 비중이 높은 편이며, 지방 함량은 낮다. 열량도 높지 않아 비교적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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