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경기 체감이 새해 초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기업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내수·수출·투자가 동시에 부진한 흐름도 1년 반 넘게 이어지며 한국 경제의 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동향조사(BSI) 결과, 2026년 1월 종합경기 전망 BSI가 95.4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임을, 밑돌면 부정적임을 뜻한다.
이번 수치는 2022년 4월 이후 3년 10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한 것이다. 글로벌 고금리 환경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원가 부담 누적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장기간 냉각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5년 12월 BSI 실적치도 93.7에 그쳐, 2022년 2월 이후 3년 11개월 연속 부진이 이어졌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BSI는 91.8, 비제조업은 98.9로 모두 기준선을 밑돌았다. 제조업은 2024년 4월 이후 1년 10개월 연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비제조업은 2025년 12월 105.2로 기준선을 웃돌며 일시적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2026년 1월 전망에서는 다시 100 아래로 내려오며 한 달 만에 부정 국면으로 전환됐다.
제조업 세부 업종(10개) 가운데서는 의약품(125.0)과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107.7)만이 비교적 양호한 전망을 보였다. 반면 비금속 소재 및 제품(64.3), 금속·금속가공(85.2), 석유정제·화학(86.2), 전자·통신장비(88.9), 자동차 및 기타 운송장비(94.1) 등 다수 업종은 기준선을 크게 하회했다.
한경협은 건설 경기 위축과 철강 업황 부진이 비금속·금속 관련 산업의 체감경기를 장기간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 부담에 따른 전자·통신장비의 단기 수요 조정 가능성도 제조업 전반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제조업에서는 업종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전기·가스·수도(115.8), 정보통신(113.3), 여가·숙박 및 외식(107.1), 도·소매 유통(103.6) 등은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에너지·정보통신 업종은 인프라 투자와 디지털 전환 수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문·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78.6), 건설(85.7), 운수·창고(95.7) 등은 기준선을 밑돌았다. 특히 건설업은 수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이 이어지면서 비제조업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문별로는 내수(95.4), 수출(96.7), 투자(92.6)를 비롯해 고용, 자금 사정, 채산성 등 7개 전 부문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타났다. 내수·수출·투자 등 핵심 3대 부문이 동시에 기준선을 밑돈 것은 2024년 7월 전망 이후 19개월째다.
이는 거시 지표상 성장률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실제 경영 환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금리 장기화, 에너지 비용 부담, 정책·규제 불확실성 등이 기업 투자와 고용 결정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2026년 한국 경제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업 심리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에 대한 사업구조 재편 지원과 에너지·원가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 연장 등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획일적인 규제는 기업의 중장기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 조성과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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