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으로 첫 출근하며 국정 운영의 무대를 다시 청와대로 옮겼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용산 시대’를 마무리하고, 대통령 집무 공간을 북악산 자락으로 되돌렸다.
현직 대통령의 청와대 출근은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일인 2022년 5월 9일 이후 1330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한 지 3년 7개월 만에 국정의 중심이 다시 청와대로 복귀했다.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청와대 본관에는 대한민국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다시 게양됐다.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환원됐고, 업무표장과 상징 체계 역시 함께 교체됐다. 집무 공간 이전을 넘어 국가 권력의 상징 체계를 원위치시키는 조치다.
이 대통령은 오전 9시 13분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 경내에 들어섰다. 진입로에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모여 첫 출근을 맞았다. 본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검은색 코트에 흰색·빨간색·파란색이 배색된 사선 넥타이를 착용했다. 취임 선서식 등 주요 국면마다 선택해 온 ‘통합’ 상징의 넥타이다.
본관 앞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등 참모진을 만난 이 대통령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아침 차담회를 가졌다. 이후 청와대 내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안보 대응 태세를 직접 점검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 복귀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9일부터 업무 시설 이전을 진행해 약 3주 만에 이사를 마쳤고, 대통령경호처는 국가정보원과 군·경 합동으로 보안 점검을 완료했다.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연내 이전’ 공약을 그대로 이행한 셈이다.
이번 복귀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용산 집무 시기와의 정치적 단절을 분명히 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청와대로 돌아오는 과정 자체가 회복과 정상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폐쇄성을 줄이기 위해 집무 방식부터 손질했다. 집무 공간은 본관과 여민관에 각각 마련했지만, 대부분의 실무는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이 함께 근무하는 여민관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정상회담이나 임명장 수여 등 공식 일정은 본관을 활용한다. 참모진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구상이다.
국민과의 소통 방식도 조정한다. 국정 관련 회의와 브리핑 생중계를 확대하고, 청와대 사랑채에는 오픈 스튜디오를 이전해 언론과 뉴미디어 접근성을 높인다. 경호 구역은 필요한 범위로만 설정해 북악산 등산로와 광화문·경복궁·청와대·삼청동 일대 동선은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저 보수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 대통령은 당분간 한남동 관저에서 출퇴근한다. 관저 공사와 보안 점검은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된다.
청와대 복귀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공간의 상징성을 넘어,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회복과 정상화’가 실제 국정 운영 방식으로 어떻게 구현될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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