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조용한 주거지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알려졌던 이촌역은 출구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SNS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이촌역 일대의 다양한 모습이 공유되고 있지만 실제 이촌역 주변에는 예상치 못했던 포토존과 이색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어 새로운 나들이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문화·관광 수요 증가로 달라진 이촌역…박물관이 이끄는 방문객 유입
용산구 이촌동은 그동안 한강 조망이 가능한 조용한 주거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이촌역 인근은 근처에 있는 신용산역이나 용산역과 달리 대형 상권과는 거리가 멀고 인근 주민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생활권이 형성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문화·관광시설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이촌동을 찾는 관광객 유입이 과거보다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이촌역이 위치한 이촌1동의 지난 3분기 유동 인구는 1만547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로 박물관 및 공원을 중심으로 방문객 흐름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이촌역'을 중심으로 맛집과 카페 등 일상적인 소비를 나타내는 키워드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용산가족공원, 용산공원 부분개방부지 등 이촌역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주요 문화·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인증 사진이 더해지며 온라인상 관심도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촌역과 인근 관광지 관련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온라인상의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촌역'은 약 2만개, '#이촌역카페'는 1000개, '#이촌역맛집'은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다. 여기에 이촌역 인근 대표 관광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 해시태그만 35만6000개에 달하며, '#국립한글박물관'은 2만8000개, '#용산가족공원'은 6만개, '#용산공원부분개방부지'는 1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확인된다.
이촌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는 단연 국립중앙박물관이 꼽힌다. 이촌역 2번 출구와 3번 출구에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덕분에 내국인은 물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방문 코스'로 언급될 정도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촌역 일대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실제 관람객 수 증가로도 이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10월 15일 기준 올해 누적 관람객 수는 501만638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95만5789명과 비교해 약 70% 증가한 수치다. 아직 한 해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연간 관람객 수가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이를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르데스크가 방문한 크리스마스 당일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전시관은 물론 외부 광장과 주변 산책로까지 관람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연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여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박물관 방문을 마친 뒤 인근 카페나 식당으로 이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박예정 씨(37·남)는 "연휴라 아이와 함께 방문했는데 박물관 안에는 푸드코트를 제외하면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어디로 가야 할지 검색하고 있다"며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간단히 허기를 달랜 뒤 이촌역 쪽으로 이동해 식사를 할 것 같다"고 계획을 밝혔다.
출구마다 다른 공간 경험…철도 포토존과 생활형 관광 동선으로 확장
이촌역 일대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박물관이나 공원처럼 잘 알려진 명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동 인구가 골목과 주거지 인근까지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이촌역 주변에는 의도적으로 조성되지 않은 공간들이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촌역 일대는 SNS에서 볼 수 없는 이색 풍경들이 가득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관광지 외에도 철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이를 찾아 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경의중앙선 이촌역이 일부 구간에서 노면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구간이 도심 한복판에 철도가 깔리면서 서울 시내에서 열차를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지하 구간이 대부분인 서울 지하철 환경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으로 SNS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촌역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경의중앙선 이촌역 3-1번 출구와 4번 출구, 5번 출구 일대에는 철도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포토존이 형성돼 있다. 출구 주변 골목과 상가 사이로 열차가 오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또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면서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은 일상 속에 철도가 스며든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4번 출구 인근에는 돌담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출구 가운데서도 철도 포토존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5번 출구 인근이다. 5번 출구 주변에는 철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리, 매장 내에서 지나가는 지하철을 바라볼 수 있는 카페, 지하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골목 등 다양한 포토존이 가득하다. 또 과거 철도병원으로 쓰였던 용산역사박물관까지 자리하고 있다.
이촌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는 첫 번째 포토존이 있다. 한가람아파트 인근 철로로 이촌역 일대에서 노면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 이색적인 포토존 중 하나로 꼽힌다. 지하철이 일정한 간격으로 운행되는 만큼 방문객들은 열차가 지나는 순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첫 번째 포토존에서 도보로 5분가량 더 이동하면 두 번째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매장 안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볼 수 있어 입소문을 탄 이 카페는 모든 좌석을 철로 방향으로 배치했다. 창가뿐 아니라 매장 중앙 좌석에서도 열차가 오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매장 규모에 비해 수용 인원이 적어 대기 없이 입장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 방식 역시 최근 많은 매장들이 채택하고 있는 원격 줄서기 시스템이 아닌 매장 앞에서 수기로 대기표를 작성한 뒤 순서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기 인원이 많아도 매장 이용 시간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아 입장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워 매장을 찾았다가 긴 대기 줄을 확인한 뒤 발길을 돌리는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카페 내부를 둘러보고 사진만 촬영한 뒤 대기표 작성을 포기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카페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용산역사박물관이 있다. 과거 철도병원 건물을 복원해 조성된 공간으로 용산의 발전 과정과 철도의 역사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뤄진다. 환풍기와 약국 창구, 라디에이터, 창문 등 당시 병원 시설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이처럼 이촌역 일대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철도 포토존과 이색 카페, 지역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공간들이 모여 있다. 전시 관람과 사진 촬영, 휴식을 한 동선에서 즐길 수 있어 주말 나들이나 가벼운 산책 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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