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경험(Patient Experience, PX)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모션랩스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션랩스는 자사의 환자 관리 솔루션 ‘리비짓(Re:Visit)’을 도입한 병원이 전년 대비 400% 증가하며 누적 400개소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등 국내 주요 상급 종합병원부터 대형 네트워크 병원까지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의료계의 데이터 경영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리비짓은 겉보기에 진료 후 환자에게 안내 메시지나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은 정교한 데이터 인프라에 가깝다. 병원이 환자에게 보낸 메시지에 대해 환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그리고 실제 재방문으로 이어지는지를 모두 수치화한다.
기존 병원들이 단순히 '스팸'에 가까운 일방적 알림을 보냈다면, 리비짓은 이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모든 반응을 구조화된 데이터로 축적한다. 흩어져 있던 환자 접점을 하나의 데이터 층(Layer)으로 통합해 병원이 경영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션랩스의 전략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AI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대다수 테크 기업이 AI를 통한 '자동 생성'이나 '단순 자동화'를 내세울 때, 모션랩스는 AI를 '해석의 도구'로 정의했다. 병원이 스스로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가공하는 역할에 AI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우진 모션랩스 대표는 "AI의 핵심은 무엇을 자동으로 처리하느냐가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 개개인의 경험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통해 병원이 환자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간 병원 마케팅 시장은 포털 검색 광고나 신규 환자 유입 등 단기 성과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리비짓 도입 병원들은 내원 전부터 진료 이후까지 이어지는 전체 여정을 관리하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재방문율 상승과 운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한 결과다.
최근에는 여러 지점을 둔 네트워크 병원들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개별 병원 단위의 관리를 넘어 조직 전체의 전략 자산으로서 환자 경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션랩스는 리비짓의 성공을 발판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병원 특화 마케팅 서비스인 ‘리:브랜드(Re:Brand)’를 통해 병원의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인 자산으로 축적하는 한편,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돕는 분석 솔루션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의료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환자 경험이 곧 경영 성과라는 가설을 기술로 입증해 나가는 모션랩스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보안 신뢰성 확보와 데이터 표준화의 완성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향후 시장 확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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