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로켓군 동원…"종합 통제권 탈취·항만 봉쇄·외곽 차단이 훈련 목표"
자폭드론·전술 네트워크 포함 美무기판매 비난…대만총통 "中, 침공할 실력 부족"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군사 훈련을 8개월여 만에 다시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2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부터 동부전구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서남부·동남부·동부에서 '정의의 사명-2025'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동부전구 대변인은 "해·공군 전투 대비 순찰과 종합 통제권 탈취, 주요 항만·지역 봉쇄, 외곽 입체 차단 등 과목이 (훈련의) 중점"이라며 "함선·항공기가 여러 방향에서 대만 섬에 접근하며 여러 군종이 합동 돌격하는 것으로 전구 부대의 합동 작전 실전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전구는 이날부터 해군·공군 병력을 조직해 '대만 섬을 둘러싸는'(環台島) 전투 대비 순찰을 한다며 1일차인 이날은 "대만해협 중부 해역·공역에서 전투기·폭격기·무인기(드론) 등 병력이 원거리 화력과 협동해 육상 기동 목표 타격 훈련을 하고, 정밀 타격 능력을 검증한다"고 했다.
2일차인 30일에는 오전 8시∼오후 6시(현지시간) 대만을 둘러싼 다섯개 해역·공역에서 '중요 군사 훈련'과 실탄 사격을 할 예정이라고 동부전구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간섭 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고, 국가 주권을 지키며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군은 그간 대만 총통의 발언이나 대만과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교류를 문제 삼아 '대만 포위' 훈련을 벌여왔다.
작년에는 5월 '리젠(利劍·날카로운 칼)-2024A'와 10월 '리젠-2024B' 훈련이 있었고, 대만 총통이 중국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교류 전면 제한과 대만 내 간첩 색출에 나선 이후인 올해 4월 초에는 '해협 레이팅(雷霆·천둥)-2025A'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8개월여 만에 다시 이뤄진 이날 훈련은 시기상으로 미국이 이달 들어 대만에 역대 최대급인 111억540만달러(약 16조원)어치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과 근접해, 미국과 대만을 겨냥한 경고성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지난 18일 승인한 대(對)대만 무기 판매 리스트에는 다연장로켓 하이마스와 M107A7 자주포, 자폭 드론 등 공격용 무기와 더불어 전술 임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승인 당일 "미국이 무력으로 독립을 돕는다면 스스로 지른 불에 불탈 것이다. 중국은 단호하고 힘 있는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안보, 영토 완전성을 지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26일에는 미국 주요 방위산업체 20곳과 경영자 10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고, 중미 관계가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선을 넘고 도발하는 어떤 행동도 중국의 강력한 반격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중앙TV(CCTV)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중국군 소속 전문가를 인용, 이번 훈련이 미국과 대만의 '111억달러 무기 거래'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거래 규모가 커졌고, 공격용 무기가 대거 포함됐으며, 미국의 전술 네트워크 패키지 등이 포함돼 대만군의 작전 체계를 미국 작전 체계의 자연스러운 연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차례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이면서 군사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훈련에는 제1호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가세했고, '주요 항만 봉쇄'나 '종합 통제권 탈취' 등 한층 구체적인 목표가 새롭게 추가됐다. 올해 4월 훈련에는 제2호 항모 산둥함을 비롯해 수십척의 전함이 동원됐고, 타이베이·타이중·타이난·가오슝 등 대만 주요 도시가 표시된 훈련도가 공개되기도 했다.
멍샹칭 중국 국방대학 교수는 이날 CCTV에 출연해 2024년 두 차례 훈련의 코드명 '리젠'이 대만 독립 세력을 겨냥한 칼을, 올해 4월 훈련 코드명 '레이팅'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도발적 언행에 대한 분노를 의미한다면서 이번 코드명 '정의의 사명'은 중국군의 군사 행동이 국내·국제법에 모두 부합하는 정당성·합리성·합법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멍 교수는 "'정의의 사명'이라는 훈련 코드명은 지향성도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며 "하나는 대만 독립을 징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억제(遏美), 즉 외부 세력의 간섭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의 반발 속에 '대만판 골든돔' 구축 등 방위비 증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날 대만 방송 인터뷰에서 방위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이 총통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방군에 2027년 전에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고 명령했다고 폭로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현재 대만을 병합할 충분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만은 이에 자만하지 않고 방위력을 지속 확대해 바다를 건너 침략하는 것의 난도를 높이고 '고슴도치(전략)'를 더 날카롭고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앞서 중국 경제 문제 해결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중국에 거절당했다면서 "중국 경제가 오늘의 성과에 이른 것은 대만 기업의 공헌과 수백만개 일자리 창출 덕분이 아닌가. 중국이 이 점을 이해한다면 사실 대만에 감사해야 하고, 대만을 이런 태도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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