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아이브릭스와 바이오 정밀의학 전문기업 인실리콕스가 손을 잡고 바이오 산업에 최적화된 거대언어모델(LLM) 구축에 나선다. 단순히 묻고 답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보고서까지 생성하는 ‘연구자 맞춤형 에이전트’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지난 22일, 신약개발 및 바이오 연구 지원을 위한 ‘바이오 LLM(Bio Large Language Model)’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연구자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돕는 지능형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협력에서 아이브릭스는 자사의 강점인 생성형 AI 및 언어모델 설계 역량을 쏟아붓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에이전틱 RAG(Agentic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아키텍처의 도입이다. 기존 RAG 기술이 외부 지식을 단순 검색해 답변 정확도를 높이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틱 RAG는 AI가 스스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결정하고 실행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아이브릭스는 논문, 실험 데이터, 전문 자료 등 파편화된 비정형 데이터를 AI가 심층 분석할 수 있도록 학습 구조를 설계한다. 이를 통해 연구 맥락에 맞는 요약과 질의응답은 물론, 인실리콕스가 보유한 독성·유효성 예측 기술을 AI가 직접 호출해 종합적인 분석 보고서까지 산출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약개발 통합 플랫폼 운영 경험이 풍부한 인실리콕스는 실무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플랫폼 고도화를 전담한다. 현재 보건복지부 주관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사업(R&D)’에 참여 중인 인실리콕스는 향후 축적될 방대한 데이터를 Bio LLM 기술과 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보안이 중요한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을 고려해, 외부 망 연결 없이 자체 서버 내에서 구동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환경’에서의 파인튜닝(미세조정)을 진행한다. 기업의 핵심 자산인 연구 데이터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도메인에 특화된 고성능 AI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와 신중론이 교차한다. 전문성이 극도로 요구되는 바이오 분야는 범용 LLM이 흔히 겪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가 내세운 에이전틱 기술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 얼마나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수많은 기업이 AI 신약개발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아이브릭스와 인실리콕스의 연합군이 차별화된 데이터 정제 능력과 분석 정확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채종현 아이브릭스 대표는 "연구자들이 복잡한 데이터 관리의 늪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정대식 인실리콕스 대표 역시 "실제 연구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도메인 특화 Bio LLM을 완성해 AI 기반 신약개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화답했다.
양사는 향후 공동 기획을 시작으로 바이오 데이터 활용을 위한 AI 기술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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