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적 거래를 넘어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변곡점에 섰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엑스(INEX)는 한국결제네트웍스(KPN)와 협력해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활용한 결제 및 정산 내부 개념검증(PoC)을 2025년 12월 17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PoC는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VASP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가 결제 요청부터 최종 정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도권 금융 수준의 업무 흐름으로 설계하고 검증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상거래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운영 요건을 실무 관점에서 점검했다는 평가다.
인엑스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기존의 기술 중심에서 규제 준수와 투명성 등 신뢰 기반의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인엑스 측은 시장 인사이트를 통해 기관 파트너들이 기술력보다 라이선스 확보 및 규제 대응 역량을 파트너 선정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 이번 PoC에서도 결제 요청과 승인뿐만 아니라 정산 처리, 거래 모니터링, 운영 통제 등 핵심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단순히 코인을 전송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가맹점과 소비자 사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결제 레일로 작동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양사는 이번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KPN의 기존 가맹점 중 일부를 선정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파일럿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는 운영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파악하고 파트너사 및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나갈 방침이다.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됐다. 인엑스는 향후 가맹점 정산 및 정책의 고도화, 지갑 검증을 통한 자금세탁방지(AML) 연동 강화, 세무 및 회계 리포팅의 표준화, 온·오프라인 결제 채널 확장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환불이나 오입금 상황에서의 대응 체계까지 포함해 운영의 완결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PoC 성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냉정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신용카드나 간편결제 시스템 대비 확실한 비용 절감 효과나 편의성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세법 적용 등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도 여전하다.
인엑스 관계자는 "이번 실증 과정은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본질이 기술력이 아니라 정산과 운영, 통제 관점에서 제도권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USDC 기반의 결제 흐름을 실제 운영 관점에서 면밀히 점검한 만큼, 단계적 파일럿을 거쳐 적용 범위를 확장하겠다"고 덧붙였다.
KPN 관계자 역시 가맹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안정적인 정산과 운영 프로세스를 꼽으며, 이번 PoC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서비스 적용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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