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못 쓰는 ‘에너지 바우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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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못 쓰는 ‘에너지 바우처’, 왜?

일요시사 2025-12-29 08:28:43 신고

3줄요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찬바람이 살을 에는 계절이다. 치솟는 난방비에 정부는 난방비 지원 확대 계획을 내세웠지만, 정작 가장 간절한 이들에게 따뜻함은 닿지 않았다.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를 켜는 대신, 이불을 겹겹이 덮은 채 겨울을 견디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에너지 바우처’ 사업은 에너지 취약계층의 시원한 여름과 따뜻한 겨울을 지원하고자 이들에게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을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이용권)를 지급하는 제도다.

유명무실

겨울철 난방비 비용 부담으로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냉난방은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인 만큼,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에너지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를 통해 취약계층의 계절별 냉난방 비용 급증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2015년 도입 당시 정부는 냉난방비 변동과 기후변화로 인해 저소득층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 부담은 취약계층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단순한 요금 감면 방식이 아닌, 일정 금액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해 에너지 비용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제도 도입 이후 에너지 바우처는 여러 차례 개편을 거쳤다. 지원 대상은 점차 확대됐고, 가구 구성에 따른 지원 금액도 조정됐다. 초기에는 동절기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이후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하절기 바우처도 도입됐다.

현재는 동절기와 하절기를 구분해 지급하던 방식이 아닌 통합으로 운영된다.

에너지 바우처 수급 대상자로 선정된 가구에는 가구 유형과 구성원 수에 따라 정해진 금액의 바우처가 지급된다. 이 바우처는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 지역난방 요금 등에서 차감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현금으로 직접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바우처는 에너지 비용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가구다.

구체적으로는 노인, 장애인, 영유아, 임산부 등이 포함된 가구가 주요 대상이다. 단순히 소득 수준만이 아니라, 에너지 취약성이 높은 가구 특성을 함께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가구원 수와 구성에 따라 지원 금액에도 차이가 있으며, 1인 가구부터 다인 가구까지 세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취약계층 닿지 못한 난방비 지원금
예산 4000억 미사용…사용률도 저조

문제는 에너지 바우처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바우처 예산 가운데 약 30%가 쓰이지 않았고, 금액으로 이는 4000억원이 넘는다. 한 해만 놓고 봐도 전체 예산 6000억원대 가운데 약 1000억원 가까운 돈이 집행되지 않았다.

에너지 바우처 지원 단가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올랐다. 한 세대당 15만원 수준이던 지원금은 30만원을 넘는 수준까지 인상됐다. 하지만 지원금이 늘어난 만큼 실제 사용도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시기에는 세대당 평균 사용액이 10만원 안팎에 그쳤고, 다른 기간에도 평균 사용액은 20만원 초반에 머물렀다. 지원금의 절반 이상을 쓰지 못한 가구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사용률이 낮게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우처를 쓰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에너지 바우처는 요금에서 자동으로 차감되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요금 고지서가 따로 나올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전기나 난방비가 관리비에 포함돼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주거 형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는데 에너지 요금이 ‘개별 가구 단위’로 산정되고, ‘개별 명의’로 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전기·가스·난방 요금이 해당 가구 또는 가구원 명의로 직접 부과돼야 바우처를 차감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비에 전기·가스비가 포함된 임대주택의 경우, 난방비가 월세나 관리비에 일괄 포함돼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요금 계약 명의자는 임차인이 아닌 건물주나 관리 주체로 설정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시원과 같은 주거 형태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시원은 방마다 계량기가 설치돼있지 않거나, 설치돼있더라도 요금이 통합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별 에너지 사용량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특정 가구원에게만 바우처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가구는 지원 대상에 포함돼도 실제로는 바우처를 쓰지 못한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에너지 취약계층 가운데 상당수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아닌 비정형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고시원, 쪽방, 월세이은 취약계층의 주요 주거 공간이다. 그 결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요금 차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우처는 지급됐지만, 실제 고지서에서 차감이 이뤄지지 않거나, 차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주거 형태와 요금 구조 때문에 바우처를 쓰지 못하는 가구가 발생한다. 이런 금액이 쌓이면서 전체 사용률은 낮아진다.

“실질적인 소득 확인해야”
대상 선정 체계화도 필요

난방비 가격이 오른 점도 영향을 미친다. 난방을 한번 하면 비용이 크게 나오기 때문에 바우처를 다 쓴다고 하더라도 부담이 된다. 연료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가구에서는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한번 연료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이 20만원 후반대에 이르기도 한다. 이 경우 바우처 대부분이 한번에 소진되기도 한다. 이후에는 다시 난방을 줄이는 생활로 돌아간다. 같은 금액의 바우처라도 난방 방식에 따라 체감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사용률 저조 문제는 노인 가구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최근 5년간 발생한 미사용 금액 가운데 상당 부분은 노인과 장애인 가구에서 나왔다. 노인 가구의 경우 이런 제도가 존재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요시사>가 실제 노인 10명에게 ‘에너지 바우처 지원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자 “안다”고 대답한 노인은 단 한 명이었다.

심지어 노인 가구 가운데 일부는 아예 바우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에너지 바우처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서도, 일정한 세대원 기준을 함께 충족해야 지급된다.

이 때문에 실제 소득이 거의 없어도 서류상 자산이나 가족 관계가 남아 있거나, 부양 가능한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는 가족에게 생활비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고, 실제로 전기나 수도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가구도 많지만 지원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가구는 전국적으로 3만을 넘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는 10% 남짓에 불과하다. 위기 가구 10곳 가운데 9곳은 에너지 바우처 대상이 아니다. 실제 난방비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지원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바우처는 지급돼도, 사용되지 않거나 애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도 몰라

3년 차 노인복지사 A씨는 “실제로 너무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제대로 된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인 소득이나 자산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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