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석유화학의 경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촉발된 공급 대란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깊은 수렁에 빠졌다는 평가다. 그나마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이차전지와 달리 석유화학 산업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 NICE신용평가(나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내년 신용등급 방향성이 가장 부정적인 대표 업종으로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철강, 건설 등을 꼽았다. 이 중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부정적’ 꼬리표를 떼지 못하며 우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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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석유화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지난해까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가려져 주목도가 낮았을 뿐이다. 중국에서 촉발된 석화 공급과잉이 중동의 설비 증설까지 더해져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간 내 업황 반등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2500만톤(t) 늘었다. 여기에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차 증설이 본격화되면 에틸렌은 3000만t, 프로필렌은 2200만t이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여기에 석유화학 수급 개선을 이끌 만큼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하락으로 납사 가격이 낮아지며 원가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는 있지만,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 역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석유화학 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용위험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유준위 한기평 기업1실 연구원은 “현대와 롯데를 제외한 사업자가 제출한 개편안은 방향성에 대해서만 합의한 만큼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현재 나와 있는 계획만으로는 본격적인 사업재편 드라이브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과 마찬가지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을 해소하고 이익창출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신용도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다각화된 해외 생산 거점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소형 전기차 선호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중·대형 전기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국내 업체들의 가동률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기혁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배터리셀 업체는 AMPC 효과로 일부 실적이 보완됐고 소재 업체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으로 실적이 반등했으나 경쟁력 기반의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설비 투자 확대에 따라 차입금 증가가 지속된 가운데, 투자 성과가 지연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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