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악재에도 ‘탈팡’ 희미한 이유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편리함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악재에도 ‘탈팡’ 희미한 이유

이데일리 2025-12-29 07:00:10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서울시 성북구에 거주하는 김미진(42·여)씨는 최근 쿠팡에 대한 다양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분노했다. 고객 정보 유출도 문제지만 국회 청문회에 응하는 태도, 셀프 조사 결과 발표 등에 실망해 ‘탈팡’(쿠팡 탈퇴)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현재 13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씨는 그간 쿠팡으로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저렴하고 빠르게 받아왔는데, 이 같은 편리함을 포기하긴 쉽지 않아서다. 무의식적으로 쿠팡 앱을 열고 주문을 해왔던 김 씨의 생활패턴은 이미 습관이 됐고, 쿠팡 사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습관적인 편리함’에 길들여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쿠팡공화국’이다. 대규모 보안사고가 터지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도 여전히 하루 15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사용한다. 찜찜하고 괘씸하더라도 쿠팡으로 습관화된 일상의 ‘루틴’을 깨기 어렵다. 쿠팡의 강력한 힘은 ‘가격·상품군·속도’에서 나온다. 이는 쿠팡이 무려 6조원 이상 투자해 구축한 자체 물류 인프라에서 비롯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전국 물류거점 200여곳…직매입 근간은 자체물류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현재(상반기 기준) 전국에서 96개 풀필먼트센터(FC)를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FC란 상품 보관·포장·배송·반품처리까지 전 과정을 처리해주는 시설이다. 쿠팡 FC는 인천(31개)·경기(35개)권에 30개 이상씩 배치돼 있다. 대규모 입지가 필요한 만큼 도심 외곽에 FC를 짓고, 소형 허브 역할을 하는 ‘캠프’를 통해 상품을 최종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식이다. 쿠팡 FC는 서울·인천·경기·충북·충남·대구경북·전라·경북 등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권역에 들어섰다. 캠프까지 포함하면 쿠팡의 국내 물류 거점은 200곳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 자체 물류 인프라를 지닌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물류거점 반경 11km 이내 중심으로 인프라를 촘촘히 배치해 당일·익일배송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고,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새벽배송)이 빠른배송의 대명사가 되는데 일조했다. 자체 물류 인프라는 쿠팡의 독특한 사업 구조인 ‘직매입’도 가능케 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오픈마켓(온라인 장터) 형식인데 반해, 쿠팡은 직접 대량으로 상품을 매입한다. 재고 리스크를 떠안게 되지만 자체 물류센터가 많은 만큼 보관이 용이해 대규모 매입이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의 매출 기준 직매입 비중은 86%에 달한다.

쿠팡은 10% 남짓한 오픈마켓을 통해 잘 팔리는 상품과 상점(셀러)을 선별, 이후 조건을 내걸고 직매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쿠팡은 이미 잘팔리는 상품들만 골라 직매입 영역을 확대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영향력은 키우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가격을 비교해야 했던 불편함이 있었지만, 쿠팡은 ‘알아서’ 경쟁력 높은 상품을 제시해주니 편의성이 높아졌다. 무료 반품도 가능해 언제든 환불도 가능하다.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의사결정비용’ 없이 그냥 상품을 사면 된다”며 “탈팡을 하면 이전처럼 셀러 신뢰도, 품질, 가격을 일일이 판단해야 해 번거롭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사진=쿠팡)


◇네이버와 2% 차이인데…쿠팡 ‘록인’이 큰 이유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쿠팡(22.7%)과 네이버(20.7%)의 점유율 차이는 2%포인트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쿠팡과 네이버는 큰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여러 이커머스 제휴처와 연대하고 물류도 연합(CJ대한통운)해서 전개한다. 네이버가 ‘개방형 생태계’라면, 쿠팡은 ‘닫힌 생태계’다. 쿠팡 앱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하도록 설계해 타 플랫폼으로의 이탈을 막는다.

이호택 교수는 “네이버 등 타 플랫폼들도 익일배송에 나서고 있지만, 쿠팡과 달리 자체 대규모 물류센터가 없어 쿠팡 만큼의 시간과 상품 종류를 갖추기 어렵다”며 “쿠팡이 강력하고 차별화된 소비자 편익을 만들어낸 만큼 네이버 등이 대체재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군은 수백만종에 달하는 반면, 타 플랫폼의 익일배송 상품군은 1만~2만여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번들링’(패키지 판매) 전략의 극대화도 고객 ‘록인’(이탈방지)을 키우는 요소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유료멤버십(와우)에 붙였고, 무료배달 ‘쿠팡이츠’도 결합했다. 이 같은 번들링 전략은 소비자들을 더 단단히 쿠팡 안에 묶는 역할을 했다.

결국 쿠팡은 소비자들의 시간에 투자해 ‘쿠팡의 습관화’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무의식적으로 접속해 반복 구매를 하는 식이다. 이번 쿠팡 사태 이후 예상보다 탈팡 규모가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호택 교수는 “쿠팡은 단순한 쇼핑 플랫폼을 넘어섰다. 소비자 입장에선 너무 길들여져 있어 쿠팡을 사용하지 않으면 생활 루틴이 깨지게 된다”며 “쿠팡을 끊는다는 건 생활 방식 자체를 다 바꿔야 한다는 것이어서 탈팡이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카카오톡이 문제가 생겨 폐쇄된다고 하면 선택의 여지가 있나. (쿠팡도) 대체되는 게 없는 게 문제”라며 “편의성이라는 미명하에 플랫폼에 종속된 것인데, 쿠팡의 경우 ‘락인’(이탈방지) 효과가 매우 커 실질적인 독과점 플랫폼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