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평균 15.8점 6.3리바운드…"빠른 템포의 농구 잘 맞는 듯"
아시아쿼터 최초로 올스타 팬 투표 1위…"목표는 무조건 플레이오프 진출"
(인천=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지난 시즌 우승 팀에서 최하위 팀으로 둥지를 옮긴 부천 하나은행의 이이지마 사키(33·일본)가 '꼴찌의 반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9승 21패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던 하나은행은 올 시즌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했다.
시즌 초반 파죽의 6연승을 질주하며 기세를 올린 하나은행은 29일 현재 10승 3패를 기록,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키며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했다. 13경기 만에 10승에 선착하며 지난 시즌 승수를 초과했다.
이러한 돌풍의 중심에는 '알토란 이적생' 이이지마가 있다.
이이지마는 이번 시즌 평균 15.8점 6.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최근 인천 서구 하나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이이지마는 "하나은행에 합류하기 전에는 솔직히 하위권 팀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7월 초 처음 합류했을 때만 해도 이전 팀(BNK)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칭스태프의 엄격한 지도 속에 훈련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고, 선수들도 전보다 훨씬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어 "제 경험상 확실히 운동량이 많으면 성과가 나온다. 계속 이렇게 훈련하다 보니까 선수들도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고, 어린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부산 BNK의 우승 주역이었던 이이지마는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차지한 하나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이상범 감독은 가드진 보강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점쳐졌으나, 예상을 뒤엎고 포워드 이이지마를 선택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적중했다.
이이지마의 합류로 공수 균형이 잡힌 하나은행은 시즌 초반 독주 체제를 굳히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이지마는 "하나은행에서는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코트 위에서부터 압박하고, 남자 농구처럼 이전보다 빠른 템포의 농구를 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플레이를 좋아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는 "작년에 처음 한국 프로농구 무대에서 뛰면서 느꼈던 부분이 한국 농구는 확실히 템포가 매우 느리다는 점이었는데, 경기의 템포를 올리니까 성적도 잘 따라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이지마에게 득점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이지마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제게 득점을 많이 따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시즌 전부터 계속 연습을 해와서 1라운드 때부터 확실히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이지마는 올 시즌 득점과 2점 슛, 3점 슛 성공 개수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커리어 하이'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삼성생명전은 이이지마의 화력이 절정에 달한 경기였다.
그는 이날 홀로 34점을 몰아치며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썼고, 2점슛 8개와 3점슛 6개를 림에 꽂아 넣으며 각 부문 개인 역대 최고치를 동시에 경신했다.
매서운 해결사 본능을 과시하는 그를 향해 농구 팬들도 주목하고 있다.
이이지마는 아시아 쿼터 최초로 올스타 팬 투표에서 1만9천915표를 받아 우리은행 김단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지난 5일엔 아시아 쿼터 선수 최초로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이지마는 "훌륭한 국내 선수들이 많은데 제게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팀이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덕분에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다 팀 덕분이다"라며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목표는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개인상에는 큰 욕심이 없지만, 팀을 위해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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