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한미 비관세 협상을 앞두고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정부와 이례적인 갈등을 빚으며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가 자칫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한미 간 비관세 장벽 의제는 철저히 구분할 수 있도록 대응 논리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28일 통상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쿠팡 사태가 한미 당국 간 내년 초부터 논의 예정인 비관세 분야 협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0월 경주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협상을 타결했고 그 후속으로 디지털 분야를 비롯한 비관세 분야 통상 장벽 해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쿠팡 측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한국 정부와의 갈등 상황을 미국 측 로비를 통해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쿠팡 사태와 관련해 최근 “한국 기업이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훼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대럴 아이사 공화당 의원도 ‘미국 기업은 미국(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현지 매체 기고에서 쿠팡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한국의 조사와 제재를 미국 기업에 대한 탄압인 것처럼 발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매출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한국 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론 미국 상장사 쿠팡Inc가 한국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기업이고, 그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석 의장도 미국 시민권 보유자다.
특히 쿠팡은 지난 25일 ‘실제 피해는 미미하다’는 독자 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를 무시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통상업계는 이 같은 ‘미국 기업’ 쿠팡의 미국 정·관계 로비가 한미 비관세 협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5일 열린 쿠팡 사태 관련 긴급 범정부 관계장관 회의에선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통상·외교 라인이 참석해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
공교롭게 미국 당국이 애초 이달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돌연 연기한 상황인 점도 우려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쿠팡 같은 개별 기업 이슈와의 관계성은 부인했지만,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재가 자칫 통상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당국은 미국 당국과 미뤄진 한미 FTA 공동위 개최 시점을 내년 2월 전후로 조율 중이다.
전문가들은 쿠팡이란 개별 기업의 이슈와 한미 간 비관세 장벽 협의를 철저히 별개의 사안으로 유지하며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고 쿠팡 사태는 원칙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둘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쿠팡이 이번 사태를 통상 논리로 덮으려 하는 시도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며 “미국 측이 관심을 둬 온 비관세 협의는 그 틀 안에서 진행하되 쿠팡 문제는 국민적 민감 사안인 만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