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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양국 금리 차보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미국 자산 선호 심리 요인이 더 크다. 최근 글로벌 성장 흐름이 미국의 AI에 치중된 만큼 향후 미국에서 발생하는 외부 충격이 한국 경제의 잠재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글로벌 레이팅스의 루이 커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 한미 금리 차이에 더해 미국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커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만 해도 미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AI 투자 붐과 미국 자본시장이 건재하다는 인식 등으로 달러가 강세로 전환된 것을 보면 이번 환율 변동은 금리 차이가 아니라 심리 요인이 더 컸다”고 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현상에 대해 “장기간 지속된 동북아시아의 구조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북아 경제권은 저축률이 매우 높은 지역이지만 저축으로 축적된 자금이 각국별 자국내 투자로 충분히 흡수되지 못해 자연스럽게 해외투자 형태의 금융수지 흑자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커쉬 이코노미스트는 “오래된 구조적 요인에 더해 최근 미국 금리가 아시아보다 현저히 높았던 점이 중기적인 자금 이동을 강화했다”면서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자산을 선호하는 단기적 요인까지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경제학자라 금융시장 예측에 대해 확언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통화가 달러 대비 완만한 강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달러의 상대적 고평가와 미국과 아시아 간 금리 차 축소 가능성, 그리고 실질 구매력 기준에서 아시아 통화가 저평가된 점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커쉬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이전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양호한 수출 흐름과 탄탄한 내수를 상향 조정 배경으로 짚었다. 그는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양호한 내수, 정부의 확장재정 등을 감안했다”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하방 리스크에 대해서는 외부 충격 가능성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그는 “현재 글로벌 경제는 AI 투자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한국과 대만의 수출 구조도 AI 관련 품목만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최근과 같은 AI 편중 현상이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커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 또한 고소득층의 자산효과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하며, 미국 정부의 관세·통상 정책이 급작스럽게 발표되는 점 역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외부 충격은 한국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에 관해 그는 국가별 차별화 흐름 속 내년도 말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커쉬 이코노미스트는 “호주의 경우 예상보다 더 끈질긴 인플레이션 때문에 당분간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지만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2% 초반 수준으로 안정적임에도 환율 약세와 높은 주택가격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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