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 넘어 합창… 잠실 수놓은 잔나비 '합창의 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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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창 넘어 합창… 잠실 수놓은 잔나비 '합창의 밤'[리뷰]

이데일리 2025-12-28 23:25: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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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공연은 언제나 특별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틈도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떤 곡에서는 방방 뛰고, 어떤 곡에서는 떼창을 하며, 또 어떤 곡에서는 선창에 맞춰 후창으로 답한다. 이것이야말로 공연의 힘이자 아티스트의 힘 아닐까. 아티스트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감정과 흥을 주고받으며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 바로 잔나비의 공연이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잠실실내체육관 수천 관객이 거대한 합창단이 됐다. 27~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잔나비 연말·연초 콘서트 ‘합창의 밤 2026, The Party Anthem’에서 관객들은 무대의 일부가 됐다. ‘합창의 밤’이라는 공연명은 콘셉트에 머물지 않고, 관객의 목소리로 완성됐다. 잔나비는 이틀간 3시간 넘게 쉼 없이 32곡을 라이브로 열창했고, 공연장을 꽉 채운 1만 2000여 관객들은 그에 맞는 하모니로 응답했다.

◇거대한 샹들리에… 함께 춤 추고 노래하는 ‘축제의 장’

이번 공연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첫 곡 ‘나의 기쁨 나의 노래’부터 제대로 불을 붙였다. 시작과 동시에 관객을 일으켜 세운 잔나비는 1절은 최정훈이, 2절은 관객이 부르는 구조로 첫 무대를 완성했다. 공연의 방향을 단번에 각인시키는 장면이었다. 이어진 ‘서프라이즈!’에서는 분위기가 즉각 반전됐다. 팬라이트가 물결치고 김도형의 현란한 연주가 더해지며 열기는 빠르게 최고조로 치달았다.

‘꿈나라 별나라’에서는 첫 소절부터 관객의 구호가 공연장을 뒤덮었다. 최정훈이 선창하면 관객이 후창으로 받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화려하게 터지는 컨페티는 축제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샹들리에 세트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서 ‘샹들리에송’ 개사 버전까지 더해지자, 이 공간은 더 이상 공연장이 아니라 하나의 파티장이 됐다. ‘우리 애는요’로 이어진 무대에서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관객들은 다시 객석에서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겼고, 잔나비는 선창과 떼창을 주고받으며 무대를 완성해갔다.

‘조이풀 조이풀’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팬라이트는 촛불처럼 빛났고, 공연장은 낭만적인 무드로 물들었다. 최정훈이 “이런 밤이 또 있을까요”라고 말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 이 공연이 왜 연말과 연초의 경계에 어울리는지 선명해졌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SNS)


‘거울’에서는 차분한 흐름 속에 최정훈이 직접 기타를 치며 관객과 호흡했고, ‘슬픔이여 안녕’에서는 후렴구를 관객이 힘껏 받아 안았다. ‘마더’에서는 레트로 사운드와 함께 최정훈과 김도형의 어린 시절 영상, 관객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며 잔나비가 걸어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가을밤에 든 생각’은 잔잔한 바람처럼 공연장에 스며들었다.

김도형은 중간 멘트에서 “성공적인 한 해였다”고 말했고, 최정훈은 “앨범이 많아지다 보니 공연하는 곡보다 안 하는 곡이 더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멘트 대신 노래를 한 곡 더 하겠다고 했고, 팬들의 즉석 곡 신청을 받자마자 단 1초 만에 반주와 노래를 시작했다. 계획된 무대라기보다 살아 숨 쉬는 무대라는 인상을 남겼다.

‘오 뉴욕시티’에서는 박수 호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잭 케루악’은 담담한 톤으로 가창해 오히려 가사가 또렷하게 다가왔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에서는 최정훈의 보컬이 본격적으로 폭발했다. 후렴구 애드립이 이어질수록 관객의 환호도 덩달아 커졌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에서는 밴드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고, 눈발처럼 흩날리는 컨페티가 감흥을 더했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쉬’→‘사랑의 이름으로!’… 잔나비X관객 ‘합창’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쉬’였다. 관객들은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기 다른 파트를 맡아 합창을 완성했고, 수천 명의 목소리는 하나의 거대한 사운드가 됐다. 그 순간 ‘합창의 밤’이라는 제목은 완전히 실체를 얻었다. 이어진 ‘사랑의 이름으로!’까지 합창으로 이어지며 잔나비와 관객의 단합력은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에서는 후렴구를 통째로 관객에게 넘겨도 흔들림 없는 떼창이 이어졌다. 잔나비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후 ‘꿈과 책과 힘과 벽’에서는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희망적인 가사가 유독 깊게 남았다. “다 털어버리고 2026년을 새로 시작하자”는 브리지 멘트도 이 밤의 의미를 또렷하게 정리했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SNS)


후반부는 말 그대로 파티였다. ‘투게더!’를 시작으로 ‘아 윌 다이 포 유♥X3’, ‘애프터스쿨 액티비티’, ‘굿 보이 트위스트’까지 이어진 무대에서 관객 전원은 뛰고, 노래하고, 환호하며 공연을 완성했다. 특히 ‘사랑하긴 했었나요’ 무대에서는 최정훈이 “누가 내 가슴에 불을 질렀나!”라고 외치자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잔나비!”를 외치며 남다른 호흡을 보여줬다. 이어진 ‘정글’에서는 모두가 방방 뛰며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잔나비는 관객을 다시 한 번 더 몰아붙였다. 오랜만에 선보인 ‘왓츠 업’과 ‘작전명 청춘!’ 무대에서는 초창기 잔나비 공연의 열기가 되살아났고, 꽹과리를 잡은 최정훈은 분위기에 마지막 불을 지폈다. 이어진 ‘모소소1: 버드맨’과 ‘모소소2: 무지개’는 격정 뒤에 남는 묵직한 여운을 안겼다. 울림 있는 메시지, 최정훈의 감성적인 보컬이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을 선사했다.

앙코르에서는 ‘주노2’, ‘모소소3: 글로리’로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 마지막 곡 ‘몽키 호텔’과 ‘씨 유어 아이즈’로 공연의 문을 닫았다. 지금껏 공연 외길을 달려온 잔나비가 앞으로도 계속 달릴 것임을 예고하는 듯한 마무리였다.

데뷔 첫 공연상 트로피를 팬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잔나비


◇데뷔 첫 공연상 트로피, 팬들과 함께 공유

공연장 외부에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 마련됐다. ‘제1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콘서트 부문 최우수상 트로피가 전시돼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잔나비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모든 소년소녀들 2125’ 공연으로 콘서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데뷔 이후 처음 받는 공연상이다.

당시 최정훈은 수상 소감에서 “잔나비 공연의 주체는 팬덤 잔팬(JF)”이라며 상의 영광을 팬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말 콘서트장 어딘가에 이 상을 설치해 두겠다. 팬분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번 공연에서 그 약속을 실제로 지켰다. 무대 안팎을 가리지 않고 ‘함께 만드는 공연’이라는 잔나비의 철학이 이어진 순간이었다.

잔나비 연말·연초 콘서트 ‘합창의 밤 2026, The Party Anthem’은 내년 1월 3~4일 부산에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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