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새해 초도 ‘냉기’ 지속···수출 반등에도 기준선 하회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수출 여건이 일부 개선됐음에도 고환율과 고비용 부담이 이어지며 새해 초 기업 체감 경기는 여전히 기준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전국 제조업체 220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 전망치가 7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74)보다 3포인트(p) 상승했지만, 2021년 3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다. BSI가 100 이상이면 전 분기보다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관세 충격으로 급락했던 수출 기업의 전망지수는 90으로 16p 상승했지만, 내수 기업은 74에 그치며 전체 체감 경기 반등을 제한했다. 업종별로는 14개 조사 대상 가운데 반도체와 화장품 2개 업종만 기준치 100을 웃돌았다.

화장품은 북미·일본·중국 등지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52p 급등한 121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로 22p 오른 120을 나타냈다.

조선은 고부가 선박 수주 확대 기대 속에 19p 상승한 96을 기록했으나 기준선에는 못 미쳤다. 자동차는 관세 불확실성 완화와 공급 능력 확대로 17p 개선됐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77에 머물렀다.

반면 고환율로 원가 부담이 큰 업종들은 부진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음료는 14p 하락한 84였고, 구리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은 전기 업종은 21p 떨어진 72를 기록했다. 철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환율 부담이 겹치며 66으로, 5분기 연속 70선을 밑돌았다.

기업들은 고환율의 부정적 영향도 체감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38.1%가 “환율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개선됐다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올해 경영 성과와 관련해서는 65.1%가 연초 매출 목표에 미달했다고 응답했다.

올해 사업 부담 요인으로는 원부자재 가격 변동(65.7%)이 가장 많이 꼽혔고, 인건비 상승(53.7%), 환율 요인(27.5%), 관세·통상비용(14.0%)이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통상 불확실성 완화와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으나 고환율 지속과 내수 회복 지연에 기업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정부는 성장지향형 제도 도입과 규제 완화, 고비용 구조 개혁 등 근본적 경제체질 개선을 중점 과제로 삼고 위기 산업 재편과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