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환율이 달러당 1330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올해 원·달러 환율이 연중 평균 1400원을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구조적 요인들이 원화 약세 방향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지면서 ‘1400원대 뉴노멀’이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1월 4일(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연중 평균 원·달러 환율(26일 기준)은 1421.9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394.9원을 넘어선 수준이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연평균 환율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까지 치솟으며 연 고점에 근접했다가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외환 수급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30원 넘게 급락했다. 26일에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소식이 더해지며 장중 142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틀간 변동 폭은 55.4원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말 종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1695.0원)와 2024년(1472.5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환율은 기업과 금융기관 재무제표에서 외화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MF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평균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가 2.4%(중간값)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가치가 최대 5.1% 저평가됐거나 반대로 0.3% 고평가됐을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1364원)을 적용하면 적정 환율은 약 1332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1400원대 중반 환율은 국내 경제 여건보다는 수급 불균형과 같은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1400원 선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한·미 금리 역전 고착화와 국내 자본의 대외금융자산 확대 등 외환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이전과 달라진 구조적 요인들이 이미 원화 환율의 균형점을 크게 높여 놓았다”며 “최근 불안 요인으로 야기된 부분만큼은 되돌림이 나타나겠지만,그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도 환율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여전히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역시 향후 12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대체로 1420~144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개 투자은행이 내놓은 향후 3개월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평균 1440원, 6개월 전망치는 평균 1426원이다. 9개월과 12개월 전망치는 평균 1424원으로 동일했다. 향후 12개월 전망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395원, 골드만삭스는 1390원, 노무라는 1380원을 각각 제시했지만 전반적으로는 1400원대 초·중반을 중심으로 한 전망이 우세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효과가 환율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당국의 정책 발표 여파가 이어지면서 연말 환율은 1400원 초중반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내년 초 미 연준의 완화적 기조와 일본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 강세,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환율 하락에 일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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