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피어나는 설렘의 얼굴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랑은 찻물이 우러나듯 서서히 일상을 점유하고, 어떤 사랑은 시간을 되돌려 다시 불이 붙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랑은 벼랑 끝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시작된다. 현재 안방극장을 각기 다른 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세 커플의 '연애 농도'를 짚어봤다.
〈러브 미〉 서현진X장률 | 칫솔 두 개가 부여하는 온기
JTBC 금요드라마 〈러브 미〉의 로맨스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산부인과 의사 서준경(서현진)은 겉으론 완벽한 '워너비 싱글'이지만, 내면은 7년 전 멈춰버린 과거에 고립된 채 흑백의 삶을 살던 인물이다. 그런 그의 무채색 일상에 옆집 남자 주도현(장률)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 스며든다.
“우리 작정하고 한 번 만나볼래요?”라는 담백한 고백 이후, 드라마는 드라마틱한 사건 대신 생활의 결을 조명한다. 코끝을 스치는 요리 냄새, 탈탈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욕실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칫솔.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풍경들이 모여 준경의 세계를 다시 컬러로 채워 나간다. 서현진의 섬세한 떨림과 장률의 단단한 호흡이 만나 완성된 이 로맨스는, 시청자들에게 '나도 저런 사랑이 하고 싶다'는 현실적인 동경을 자아낸다.
〈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X원지안 | 세 번째 연애, 비로소 맞춘 타이밍
JTBC 토일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는 '그때 우리가 조금만 덜 서툴렀다면'이라는 모두의 가정에서 출발한다. 두 번의 이별 끝에 불륜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계기로 재회한 두 사람 경도(박서준)와 지우(원지안). 이들의 세 번째 연애는 뜨겁기보다 애틋하고, 가볍기보다 묵직하다.
과거의 어긋난 타이밍을 되돌려 다시 마주 선 연인은 이제 서로의 상처를 따스하게 감싼다.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품어봤을 법한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판타지를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선으로 풀어낸 것이 이 커플의 매력. 최근 본격적으로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한 두 사람의 모습은, 긴 시간을 돌아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사랑이 주는 안도감과 깊은 설렘을 동시에 선사한다.
〈아이돌아이〉 최수영X김재영 | 의심을 신뢰로 바꾼 ‘쌍방 구원’ 서사
ENA 월화드라마 〈아이돌아이〉는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내 최애 아이돌이 살인 용의자가 된다면?’이라는 도발적인 설정은 스타 변호사 맹세나(최수영)와 아이돌 도라익(김재영)을 운명 공동체로 묶어버린다.
어두웠던 시절, 도라익의 노래로 구원받았던 팬 맹세나가 이제는 변호사가 되어 위기에 빠진 그를 구원해야 하는 상황. 팬심과 직업적 의무, 의심과 확신 사이를 오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생존 로맨스'에 가깝다. 서로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손을 잡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묘한 텐션은, 기존 사극이나 오피스물에서는 맛볼 수 없던 〈아이돌아이〉만의 전무후무한 설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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