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선제적 범용 석유화학 구조개편…고부가사업 전환 ‘잰걸음’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롯데케미칼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전환 국면에서 NCC(나프타분해설비) 통합 재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범용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NCC 설비 통합 및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 NCC 구조개편 정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월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을 합병하는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제출 기한보다 약 한 달 빠른 조치로 업계 1호 개편안이다.

재편안에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 HD현대케미칼과 합병 후 양사 중복 설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산업부에서 사업재편 심의 중이며 내년 1월 중 승인 여부가 확정된다.

롯데케미칼은 여수산단에서도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와 중복 설비를 통합·조정하는 사업재편안을 추가 제출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사업 축소 의지를 바탕으로 국내 최대 370만톤 규모 NCC 감축 목표에 기여하고 향후 채권단 실사에도 성실히 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석화산업 구조 개편과 함께 고부가 및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남 율촌에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10월부터 일부 라인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이 곳은 내년 하반기 준공되는 연간 총 50만톤 규모 국내 최대 단일 컴파운드 생산공장으로 모빌리티, IT 등 주요 핵심 산업에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하게 된다. 향후 기술력 기반 고부가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Super EP) 제품군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전지소재 사업은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하이엔드 동박 및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배터리 및 ESS, AI, 반도체 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일 회로박 생산기지를 통해 AI용 고부가 회로박 공급을 늘려 글로벌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며 기술 중심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합작사 ‘롯데SK에너루트’를 통해 지난 6월부터 20MW규모 첫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 발전소는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발전원으로 20년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아울러 내년까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4기를 순차적으로 운영, 누적 80MW 규모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도 '롯데에어리퀴드 에너하이'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인 450bar 고압 수소출하센터를 준공, 지난 11월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수소 생산/유통/활용 분야 기술력 확보와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해 수소산업 생태계 성장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사업 확대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도쿠야마 기업과 합작 운영 중인 글로벌 1위 반도체 현상액(TMAH) 제조사 ‘한덕화학’ 생산 설비 확대를 추진 중이다. 경기도 평택 약 9800평 규모 신규 부지에 현상액 생산시설을 추가 구축 중이며 내년 말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TMAH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미세 회로 패턴을 현상(Develop)하는 공정 핵심 소재다. 한덕화학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등 신규 수요를 지속 확보해 고부가  소재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소재, 친환경 사업으로의 비즈니스 재설계와 더불어 재무 건전성 제고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외 사업장과 자산 전반을 면밀히 검토,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LCLA 및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고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 회사 LUSR를 청산했다. 또 비핵심 사업인 파키스탄 PTA 자회사 LCPL 및 대구 수처리 분리막 사업 매각과 일본 화학기업 레조낙(Resonac) 지분 처분 등 지난해부터 국내·외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약 1조70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정부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정책 기조에 발맞춰 신속한 사업재편 이행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나아가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해 수익성 제고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