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상설 특검팀은 앞서 쿠팡 본사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사무실, 엄성환 전 CFS 대표이사 등을 압수수색 하면서 영장에 퇴직금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일용직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닌 만큼, '상근 근로자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향후 수사 및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팀은 근로자가 퇴직한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장기간 일한 일용 노동자들이 사실상 '상근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기반으로 한다.
퇴직금법은 계속 근로 기간이 1년 이상이고, 4주 평균 주간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이라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판례를 통해 이런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사용자가 정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이 유지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근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퇴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해 왔다.
일용직 근로자는 퇴직금 대상이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상근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누적된 판례다.
특검팀은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들이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시·감독 하에 근무했으며, 근로 계약의 반복적인 체결로 근로 제공이 1년 이상 지속됐으므로 상근 근로자성이 충족된다고 본다.
반면 쿠팡 측은 노동자들이 갑자기 일을 나오지 않아도 회사는 문제 삼지 않고, 다른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도 막지 않으며, 선착순으로 당일 인력을 채용해 즉시 일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일용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질 수사와 재판의 쟁점은 '물류센터에서 1년 이상 근속한 일용직 근로자를 상근 근로자로 볼 수 있는가'가 될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이들을 상근 근로자로 판단한다면 쿠팡은 퇴직금 체불에 따른 법적 책임이 불가피해진다. 반대로 이들을 일용직으로 판단하면 특검팀 수사는 전제부터 흔들리게 된다.
쿠팡은 2023년 5월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쿠팡은 퇴직금품 지급 관련 규정을 '일용직근로자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변경했다.
근무 기간 중 하루라도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하인 날이 끼어있으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이날부터 다시 계산하도록 해 '퇴직금 리셋 규정'이라고도 불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쿠팡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관련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있다.
법원은 판례를 통해 과반수의 동의가 회의 방식을 통해 이뤄지거나, 사용자 측의 개입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 의사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쿠팡은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변경된 내용을 명시적으로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공지했고, 1만525명 중 9277명(동의율 88.1%)의 동의를 얻었다. 노동자들이 취업규칙 변경에 관해 토의하거나 찬반 의견을 교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은 특검팀의 압수수색영장 범죄 사실에는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기재 죄명은 퇴직금법 위반 하나뿐이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퇴직금법 위반 혐의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면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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