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 이후 5년 만에 치러지는 총선의 1차 투표가 28일(현지 시간) 시작됐다. 이번 총선은 전국 곳곳에서 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정당이 해산되고 지도자들이 수감된 상태에서 진행돼 '가짜 선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AP통신·CNN·B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고등학교와 정부 청사, 종교 시설 등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나섰다. 다만 선거는 군부가 관리·감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선거 분위기는 지난 10여 년간 비교적 개방된 민주주의 실험기 동안 치러졌던 선거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다. 수십 년간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었던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은 선거 홍보물과 국영 언론 어디에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80세인 수치 전 국가고문은 정치적 동기가 짙다는 비판을 받는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어서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다. 수치가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2기 집권이 좌절됐다. NLD는 군부의 새 규정에 따른 정당 등록을 거부해 2023년 해산됐으며, 다른 정당들 역시 등록을 거부하거나 출마를 포기했다. 야권은 유권자들에게 투표 보이콧을 호소해 왔다.
이로 인해 이번 선거는 군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형식적인 민정 이양은 실체 없는 환상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선거 자체가 중국·인도·태국 등 인접국들이 '안정 촉진'을 명분으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군부는 전체 의석의 4분의 1이 군에 배정되는 새 의회 출범을 통해,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미얀마에 대해 일부 국가들의 재관여를 이끌어내길 기대하고 있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반민주적 행위와 반대 세력에 대한 잔혹한 탄합을 이유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미얀마 담당 자문인 리처드 호시는 CNN에 "군부에게 이번 선거는 5년 전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을 거둔 결과, 즉 그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 선거 결과를 바로잡기 위한 기회"라며 "각국이 이 선거에 불필요한 지지나 정당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군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냉소적인 시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에서 폭력과 협박이 강화되고 있으며 표현·집회의 자유를 행사할 조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와 반대 세력 모두 실권은 2021년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부는 이번 선거가 "규율 있는 진정한 다당제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연방제에 기반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일축했다. 군부 대변인 자우 민 툰은 "이번 선거는 국제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얀마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만족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투표는 3단계로 진행되며, 이날 1차 투표는 전국 330개 타운십 가운데 102곳에서 실시됐다. 2차 투표는 1월 11일, 3차 투표는 1월 25일에 예정돼 있으며, 최종 결과는 1월 말 발표될 전망이다.
전국·지방 의회 의석을 놓고 57개 정당에서 4800명 이상이 출마했지만, 전국 단위에서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6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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