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소비자 이탈 조짐이 결제 데이터와 이용자 지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카드 결제 승인 건수와 일간활성이용자수(DAU)가 동시에 감소하는 등 쿠팡을 통한 일상 소비가 둔화되는 흐름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6개 카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삼성·현대)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주간 카드 결제 승인 건수는 4495만4173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직전 2주간 카드 결제 승인 건수(4683만7121건)와 비교하면 188만2948건 줄어든 것이다. 감소율로는 약 4% 수준이다.
카드사별로는 우리카드를 제외한 5개 카드사에서 모두 승인 건수가 줄었다. 신한카드가 -6.76%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현대카드(-4.69%), 삼성카드(-3.93%), KB국민카드(-3.23%), 하나카드(-2.64%)가 뒤를 이었다. 우리카드는 0.22% 증가해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카드 결제 승인 금액은 1조3985억4565만원에서 1조3858억2927만원으로 127억1638만원(약 1%) 감소했다. 거래 건수 감소 폭에 비해 금액 낙폭이 제한적인 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고가 가전·전자제품보다 신선식품·생활용품 등 반복 구매 성격이 강한 품목에 대한 소비가 먼저 위축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쿠팡의 핵심 이용 패턴인 ‘로켓배송’ 소비와도 맞물린다. 쿠팡 이용자 상당수가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소액·빈번한 주문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건수 감소는 일상 소비 이탈의 초기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말·연시 유통업계 전반이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지표 변화가 더 주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 앱을 이용하는 이용자 수도 감소 추세다. 지난 26일 아이지에이웍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23일 기준 1523만812명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29일(1625만1968명) 대비 약 6.3% 감소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쟁 이커머스들은 이른바 ‘탈팡족’을 겨냥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롯데마트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제타’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연동해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배송과 시간 지정 배송 혜택을 제공하며 장보기 대안을 제시했다.
SSG닷컴은 지난 8일 ‘쓱 새벽배송’ 무료배송 기준을 4만원에서 2만원으로 대폭 낮춘 이후 주문 건수가 전주 대비 45%, 전년 대비 128% 늘어나는 등 고객 유입 효과를 빠르게 확인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도 배달의민족 B마트에 다음 날 배송 시간을 1시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는 ‘내일 예약’ 서비스를 도입하고 상품군을 확장하며 장보기 수요 흡수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이후 나타난 이용 감소가 일시적 반응인지, 플랫폼 선택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후속 대응에 따라 소비자 이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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