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약 형태 비만 치료제 시판을 허가하면서 '먹는 비만약'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한미약품을 비롯한 국내 업체도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패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경구용 '위고비 정'(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을 성인 과체중과 비만 환자 체중 감량 등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위고비 정은 주사제로 내놨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약 위고비의 알약 형태다.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면 되고, 주사제 단점으로 꼽히는 냉장 보관과 직접 주사의 번거로움도 없다. 노보 노디스크는 내년 1월 초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먹는 비만약은 주사제 중심이던 비만 치료제 시장을 재편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구용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쟁사인 미국 제약사 일라이 일리는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프론' 개발에 한창이다. 오포글리프론은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먹는 마운자로'로 불린다. 식사나 수분 섭취 제한 없이 하루 중 언제든지 복용할 수 있어 복용 편의성 면에서 먹는 위고비를 앞선다. 위고비 알약은 공복에 먹어야 하고 복용 후 30분간 음식이나 음료, 다른 약물을 섭취할 수 없다. 저분자 화합물 기반이어서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릴리는 내년 상반기 FDA 허가를 준비 중이다.
글로벌 비만약 경쟁에서 뒤쳐져 있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먹는 비만 치료제로 시장을 뛰어들 계획이다. 화이자는 지난달 인수한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를 중심으로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멧세라는 주 1회 또는 월 1회 투여하는 주사형 GLP-1 약물과 경구용 GLP-1 약물 3종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먹는 비만약은 기존 알약 형태 GLP-1보다 10배 이상 향상된 흡수율을 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먹는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첫 주사제 비만신약 허가를 신청한 한미약품은 경구용 비만약을 함께 개발 중이다.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인 'HM101460'은 전임상시험에서 생체 내 약효가 오래 이어지는 G-단백질 편향 활성을 확인했다.
일동제약은 계열사인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비만신약 확보에 나섰다. 유노비아는 GLP-1 계열 저분자 합성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을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물질은 제1상 임상시험 중간평가 결과 위장관계 부작용이 적고 200㎎ 투여군에서 4주간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소 효능을 보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경구용 제제는 주사제보다 복용 편익성이 높다"면서 "체중 감량 효과만 입증되면 먹는 비만약 중심으로 치료제 시장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제약사를 비롯한 후발주자들도 효능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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