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현 쿠콘 대표 "AI 시대, 금융 데이터 연결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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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현 쿠콘 대표 "AI 시대, 금융 데이터 연결이 핵심"

한스경제 2025-12-28 1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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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API 플랫폼을 구축한 김종현 쿠콘 대표./이호형 기자
국내 최대 API 플랫폼을 구축한 김종현 쿠콘 대표./이호형 기자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똑똑해도 개인의 은행 계좌나 기업의 자금 흐름 같은 '고유 데이터'를 마음대로 가져올 순 없습니다. 구글이라도 KB은행 데이터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모든 금융기관과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 26일 만난 김종현 쿠콘 대표는 AI 시대를 맞아 자사의 경쟁력에 대해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다. 핀테크 업계의 '숨은 강자'로 불리는 쿠콘은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같은 유명 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면에서 데이터 연결 인프라를 제공하는 B2B 전문 기업이다. 설립 19년 차를 맞은 쿠콘은 현재 국내 400여 개, 해외 200여개 금융기관의 데이터를 수집·연결하며 연 매출 700억원 규모로 성장해 왔다.

◆ "우리는 자동차 엔진 만드는 회사···완성차 업체와 경쟁 안한다"

김 대표는 쿠콘의 정체성을 '자동차 부품 회사'에 비유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완성차를 만드는 곳이 카카오나 네이버라면 쿠콘은 그 차가 굴러가게 하는 엔진과 부품을 공급하는 곳"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러한 철학은 쿠콘이 19년간 철저히 지켜온 한 가지 원칙에서 비롯됐다. 바로 'B2C(소비자 대상) 사업 절대 불가'라는 원칙이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B2C는 절대 안 하는 게 원칙"이라며 "토스, 카카오, 네이버 같은 회사들이 우리 데이터를 가지고 서비스를 만드는데 우리가 B2C를 하면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공급받는 고객사들과 경쟁 관계를 만들지 않아야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구체적인 상생 모델로 이어진다. 쿠콘은 스타트업 초기 단계의 핀테크 기업들에게 '데이터 기술 투자'를 단행하며 생태계를 키워왔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데이터를 현물로 투자하고 향후 수익이 발생하면 나누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핀다(Finda) 같은 기업도 초기에는 우리 데이터를 무료로 지원받아 성장했고 지금은 매출 수백억 원대의 기업이 됐다"며 "고객사의 성장이 곧 쿠콘의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쿠콘의 사업 구조를 보면 데이터 부문과 페이먼트(결제) 부문이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김 대표는 "결제 쪽 매출이 55%, 데이터가 45% 정도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데이터 쪽이 더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기 10년은 매출 목표 대신 국내외 금융기관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만 매진했다"며 "지금은 단순 조회를 넘어 이체, 결제까지 아우르는 데이터·페이먼트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덧붙였다.

◆ 보안 사고 한 번이면 끝장···연 50억원 쏟아부어 '철통 방어'

쿠콘이 취급하는 데이터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보안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비식별화된 빅데이터가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의 고유 데이터를 다룬다"며 "이 데이터가 누구 것인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정보보호와 보안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쿠콘은 서울과 부산에 24시간 관제 센터를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보안과 시스템에 연간 5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며 "연 매출 700억원의 10% 가까이를 투자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안 사고는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치명타가 될 수 있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쿠콘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왔다. 2년 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직후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두 달 반에 걸친 특별 실사를 받았다. 김 대표는 "카카오 화재 사태 당시 금감원에서 두 달 반 동안 상주하며 쿠콘의 시스템을 점검했을 정도"라며 "금감원뿐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매년 보안 실사를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철저한 검증과 투자가 있었기에 400여개가 넘는 까다로운 금융기관들이 우리를 믿고 데이터를 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 시대, 고유 데이터 공급자로서 역할 더 커질 것

흥미로운 건 AI 시대를 바라보는 김 대표의 시각이다. 많은 기업들이 AI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그는 오히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건 AI가 잘하겠지만 은행 안에 있는 고유 데이터는 AI가 가져올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AI는 공개 데이터 수집에 강하지만 은행 내 고유 데이터는 제휴 없이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쿠콘이 연결한 400여개 금융기관 데이터가 AI 서비스의 핵심 원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사 웹케시의 'AI CFO' 서비스처럼 기업 자금 흐름 분석 등 맞춤형 솔루션을 예로 들며 "AI가 오히려 데이터 유통을 확대할 기회"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쿠콘만의 기술력도 자신감의 원천이다. 그는 "해외 금융기관 데이터를 수집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쿠콘이 유일하다"며 "스마트 스크래핑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회사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쿠콘은 전용선, 스마트 스크래핑, API 등 다양한 기술로 고유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유통하고 있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내년 하반기 사업자 선정 기대

김 대표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는 건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된 디지털 자산)'이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내년 상반기에는 나올 것으로 보고, 하반기쯤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약 3년 후에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콘의 경쟁력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에서도 나타다. 쿠콘은 오프라인 QR 가맹점 200만개, 프랜차이즈 가맹점 10만개, 전국 4만대의 ATM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 결제 상용화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글로벌 결제사들이 한국 진출 파트너로 쿠콘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 같은 방대한 오프라인 인프라와 금융기관 연결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만 쓰게 하면 실패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사용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발행만 해놓고 쓰라고 하면 기존 신용카드나 간편결제에 익숙한 국민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카드 활성화 때처럼 세제 혜택이나 할인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꼭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점점 활성화될텐데 원화가 활성화 안되면 곤란하다"며 "컨소시엄을 통해 은행·빅테크·지역화폐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달러 기반 코인은 무역·송금에 한정되지만 원화 코인은 실생활에서 얼마나 활용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좋은 회사는 직원·고객·사회에 기여하는 곳

김 대표는 3~5년 후 쿠콘의 미래를 "데이터·페이먼트·글로벌 3대 부문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그려 보였다. 그는 "나스닥 상장까지 꿈꾸는 국내 유망 핀테크 기업들이 쿠콘의 데이터를 딛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스타트업에 데이터 투자로 상생하며 직원 복지와 사회 공헌(영업이익 5%)을 실천하겠다"며 "좋은 회사란 직원·고객·사회에 기여하는 곳"이라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전했다.

김 대표는 "데이터와 결제,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세 축으로 삼아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AI와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하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핀테크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내내 김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상생'과 '신뢰'였다. 19년간 철저히 B2B 원칙을 고수하며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철학, 연 매출의 10%를 보안에 투자하는 집념은 쿠콘이 핀테크 생태계에서 '보이지 않는 강자'로 자리 잡은 비결로 읽혔다. AI 시대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는 그의 시각은 쿠콘이 19년간 쌓아온 수백 개 금융기관과의 연결망이 앞으로 더 큰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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