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수출이 올해 역대 최단 기간 내 1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연말까지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라면 수출이 2조원을 돌파하며 호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김·소스 등 다른 식품류도 고르게 증가하며 K-푸드 수출 전반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K-푸드 수출액은 103억75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은 12월 실적까지 반영될 경우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한 106억63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라면이다. 이 기간 누적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4% 늘어난 13억8176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12억4839만달러)을 넘어섰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조380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며 11년 연속 사상 최대 수출액 경신을 확정지었다.
라면은 K-팝과 드라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츠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해외 소비자에게 단순한 식품을 넘어 하나의 ‘경험형 콘텐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교민 중심이던 소비층도 현지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삼양 불닭볶음면과 농심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국식 매운 라면이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점도 수출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김 역시 K-푸드 수출 확대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했다. 1∼11월 누적 김 수출액은 10억41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3%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은 조리 과정이 간단하고 보관이 용이한 데다 건강식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스낵형, 가공김 등 제품 형태가 다양해진 점도 수출 증가를 뒷받침했다. 김 수출액은 2023년 7억9300만달러, 2024년 9억9700만달러로 꾸준히 늘어온 데 이어 올해 최초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조용한 강자로 꼽히는 품목들도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소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3억7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삼양, 농심, 동원, 더본코리아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소스 사업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분야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이 3억9400만달러였던 만큼 올해 처음으로 4억달러 돌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믹스커피를 포함한 커피조제품 수출도 증가세다. 커피조제품 수출액은 3억42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3% 늘었다. 국내 믹스커피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서식품이 판권 문제로 해외 공식 판매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해외 수출은 남양유업과 이디야커피 등이 주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와 ‘루카스나인’을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등에 수출 중이며, 이디야커피는 전 세계 27개국에 믹스·스틱·드립 등 커피 제품 36종을 판매하고 있다.
김치 수출은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치 수출액은 1억4989만달러(2210억원)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현지 식문화와의 조합이 필요한 발효식품 특성상 성장 속도는 비교적 완만하지만, 한식 대표 품목으로서 꾸준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 아이스크림 수출도 미국·동남아·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며 올해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넘어섰다. 1∼11월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1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K-푸드 수출 흐름을 두고 ‘라면 원툴’ 구조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라면이 여전히 성장의 중심에 서 있지만, 김·김치·소스·커피 등 다수 품목이 동시에 성장하며 K-푸드 수출 구조가 보다 다층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히트 상품이 수출을 끌어가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여러 K-푸드 품목이 각자의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K-푸드 수출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구조적인 성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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